당초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전략공천을 주장했던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이 전날 불출마 의사를 공개 표명하면서 경선 1위인 박종진 전 앵커의 공천이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손 위원장은 이날 유승민 공동대표와의 만남에서 입장을 바꿔 출마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공동대표는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해당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박 전 앵커와 손 위원장을 잇따라 접촉했다.
유 공동대표는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손 위원장과 만나 언론에 말한 (불출마) 입장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이번 갈등에 대해 당의 선대위원장이자 선배로서 최고위가 결론을 내는 부분에 대해 받아주고, 박 전 앵커로 공천이 되면 오히려 거꾸로 안 후보 측을 잘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유 공동대표는 이어 "그런데 손 위원장이 굉장히 뜻밖에 '아침에 박주선 공동대표와 안 후보 두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송파을 출마를 하겠다, 결심했다'면서 거꾸로 도와달라고 하더라. 박 전 앵커를 설득해 사퇴시켜 달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저는 전략공천은 상식에 맞지 않고, 그동안 원칙과 상식에 맞게 정치를 해 온 만큼 이번에도 지키는 게 맞다고 본다. 전략공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선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민심이 반영된 만큼 이를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뒤집을 순 없다는 뜻을 손 위원장에게 전달한 셈이다.
유 공동대표는 손 위원장 출마 결심의 이유는 뭐냐는 질문엔 "박 전 앵커를 3등으로 규정하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모두 나서서 열심히 도와서 최선의 결과를 얻자는 것인데, (저는) 송파을에 서울시장의 성패가 달린 듯 얘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열린 회의에선 손 위원장이 출마 입장을 밝힌 만큼,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박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엔 최고위원 8명 가운데 박주선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 공동대표는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주도적으로 주장했던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유 공동대표는 회의장에서 먼저 나와 "최고위원 6명이 왔는데, 의견이 엇갈려서 결론을 못냈다"며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25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송파을이 무공천 지역으로 남을 수 있느냐는 질문엔 "무공천은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는데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대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무공천 사태가 현실화 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