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년이 '기호 0번' 달고 교육감선거 출마한 이유는

'가상 교육감 출마선언 기자회견' 행사..."어른들만의 선거 그만"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호 0번 후보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아플 때 조퇴할 수 없다면 학교는 감옥과 다르지 않습니다. 교사의 허락을 받아야 조퇴할 수 있는 관행을 개선하겠습니다."

피선출권이 없는 청소년이 가상으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행사에서 나온 일성이다. 시민단체 모임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 행사를 열었다.

하얀 가면에 검은 정장을 입고 등장한 후보는 올해 16세 청소년 윤가빈 군이다. 출마행사에서 사용한 그의 후보 이름은 '청소년'으로, 청소년이 교육감 후보에 도전한다는 행사의 취지를 담았다.

청소년 후보 주변에는 황색 반팔티를 맞춰 입은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등이 나란히 서서 '못 뽑으니까 출마한다', ‘어른들끼리 선거는 이제 그만'이란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청소년 없는 교육감 선거는 학생 없는 학생회장 선거",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기호 0번 청소년입니다"란 구호를 외쳤다.

청소년 후보는 "교육감 선거는 청소년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이 선거가 어른들만의 선거로 치러지는 것은 부정의한 선거"라고 직접 출마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이 유권자가 아니기에, 그 어떤 후보도 청소년의 목소리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어른들만의 선거, 어른들만의 민주주의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의 공약은 ▲두발‧복장 규제 전면 폐지 ▲교사 허락받아야 조퇴할 수 있는 관행 개선 ▲체벌 근절 및 폭력교사 징계 ▲모든 학교에 학생 휴게공간과 탈의실 설치 등이다.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기호 0번 청소년 후보가 선관위 관계자에게 출마선언문과 명함을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고등학교에서 치러지는 불필요한 사설 모의고사를 줄여 학생들의 스트레스도 줄이고, 교사가 학생에게 교무실 청소나 심부름을 시키는 일도 근절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 활동가 이은선(18) 양은 "지난해 포항 지진났을 때 선생님이 지진나서 나가면 무단조퇴라고 말했다"며 "교육감이 학생정책을 총괄하는 만큼 학생을 대변할 줄 아는 교육감이 뽑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 유사한 행사에서 마찬가지로 청소년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는 시민활동가 '난다'(가명)는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주면 휩쓸릴 거라고 하는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려고 하는 게 정치다. 어른들만의 선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월 선거 연령 하향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던 김윤송(15) 양도 밤톨같은 머리로 행사에 참석했다. 김 양은 "청소년이 선거에 참여한다고 하면 꼭 '공약을 아냐'고 물어본다. 공약에 대해 잘 모르는 청소년들이 많다. 하지만 공약 이행률이 낮은데도 공약만 따지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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