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생명권 對 여성 자기결정권…낙태죄 공개변론서 격론

헌재, 2012년 '4대 4' 합헌 결정 뒤집을지 주목

24일 오후 낙태죄 위헌청구소송 1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앞 찬반시위(사진 김광일 기자)
낙태죄를 처벌하는 게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은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양측 의견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헌재가 합헌 결정한 지난 2012년 판단을 뒤집는 데 오늘 공개변론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관련 형법 제269조1항과 제270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핵심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했을 때 어느 쪽을 더 먼저 보호해야 하는지 여부다.

헌법소원을 낸 산부인과 의사 A씨의 대리인 측은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낙태죄 규정이 임신중단 결정에 미치지 못해 연간 약 17만 건의 임신중절수술이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검찰도 10건 이하로 기소한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대상 조항은 태아 생명을 위한 수단이 아니고 선언으로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2012년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빠졌던 여성의 건강기본권 부분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했다.


법무부 측은 "태아는 8주만 돼도 중요 장기가 형성되고, 16주가 되면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므로 생명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아의 구체적인 성장 정도는 개별적으로 다를 수 없다"며 "생명의 특징인 연속성을 고려하면 어느 한 시점을 택해서 보호법익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우리 법체계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다는 점도 밝혔다.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헌법 재판관들의 예리한 질문도 이어졌다.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은 청구인 측 대리인에게 "낙태로 태아는 생명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되는데 태아에 중점을 둬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게 잘못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청구인 측은 "임신을 지속한 여성이 일과 학업을 포기하는 것도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킨다"며 "질문은 태아를 온전한 인간으로 전제하고 있는데 우리 법은 태아와 사람을 구별하고 있으므로 태아는 법적으로도 생명의 주체라고 보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법무부 측에 '30만건 이상으로 추정되는 낙태를 왜 처벌하지 않는지, 수사를 안 하는 것인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은 낙태 사실을 알기 어렵고 악의적으로 고발한 경우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산부인과를 급습해 수사한다고 하면 과잉수사 반론도 나올 수 있는 측면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측 주장을 들은 헌재가 이진성 헌재소장 등 재판관 5명이 퇴임하는 9월 이전에 결론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이 소장을 비롯해 6명의 재판관이 낙태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공개변론을 앞두고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을 '성관계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과 출산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법무부 변론요지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만4천명 이상이 박상기 법무부장관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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