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태도는 2차 북중 정상회담후 바뀌었나?

- 미 트럼프 대통령 거듭 주장
- 다롄회담 직후 바뀌진 않고 미 관리들 발언 잇따른 후 변화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태도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두 번째 만난 이후로 바뀌었다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태도가 중국 시진핑 주석을 두 번째 만난 뒤 조금(a little) 바뀌었다”며 “나는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I don't like that)"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일반적인 일이냐”고 기자들이 묻자 비슷한 말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측과 두 번째 회담을 했다. 약간은 깜짝 회담이었다”면서 “북한이 시 주석과 두 번째 회담을 한 뒤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그는 말했다.


북한과 중국의 두 번째 정상회담은 지난 7일에 중국 다롄(大連)에서 개최됐다. 3월 26일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지 40여 일만이어서 주목됐다.
5월 17일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상황이 변했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사진=유튜브캡처)

다롄 회담 전후의 북한과 미국, 한국

다롄 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곧바로 바뀌진 않았다.

북한은 올들어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등을 언급한 뒤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3월 우리 측 대북특사단 방북과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등을 거쳐 지난달 27일 판문점 정상회담까지 대화와 협상 기조를 유지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다롄 회담이 있기 직전에 미국 측 움직임을 돌아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일에 CVID(완전한, 검증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서 한 발 더 나간 PVID(영구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4일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핵 폐기는 물론이고 탄도미사일과 생화학 무기도 영구 폐기해야 한다고 했고, 일본인 억류자 문제도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어 5일엔 미 국무부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보도가 나왔다.

이후 북중 2차 정상회담이 전격 개최됐고, 확인하기 어렵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승전국과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는 일부 보도도 국내에서 나왔다.

이런 가운데도 북한은 다롄회담이후인 지난 9일과 10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허용하고 억류 미국인들을 돌려보냈다.

14일에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국회에서 국회에서 출판 기념 강연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은 급하고 거칠다”는 얘기를 했다.

북한은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데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다롄 영빈관인 방추이다오(棒槌島) 근처 해변을 산책하고 있는 북중 정상 (사진=CCTV 화면 캡쳐)

다롄 회담 전후의 중국

중국은 일관되게 “남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지지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적극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롄 회담 이전엔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차이나 패싱(중국배제)을 의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4월 18일 화춘잉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휴전협정 체결자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3일 왕이 외교 부장이 11년만에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사설을 통해서 “중국은 한반도의 큰 산”이라면서 차이나패싱이 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롄 회담 이후인 지난 16일엔 루캉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북미정상회담 재고 발언과 관련해 “모든 관련국들, 특히 조·미(북·미) 쌍방이 응당 상호 선의와 성의를 보임으로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양호한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논평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에 대해서 ‘훈수’하는 태도로, 차이나패싱 우려로 조급해 하던 중국이 느긋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 교수는 차이나랩에 기고한 “한반도 뒤흔드는 김정은-시진핑 극비 회담 내막은?”이라는 글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여유롭다”면서 “중국이 빠져선 안된다던 얼마 전 다급함은 찾아볼 수 없다”고 썼다.

“비핵화 협상이 뛰뚱거리면서 남·북·미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중국 외교부는 ‘북한과 미국 모두 성의와 진정성을 보이라’고 훈계하고 있다”고 평했다.

문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입에서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오기 까지 과정은 험난했다”면서 “비핵화 협상에 이런 저런 우여 곡절이 있을 것임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로 “분명한 사실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며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반도는 기회의 땅으로 변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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