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교량안전관리...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활용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10번 교각과 11번 교각 사이의 길이 48m 상판이 추락했다. 지나던 버스와 차량 등도 함께 떨어져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부실공사 문제와 당국의 관리감독 부재라는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충격적인 사고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성수대교 참사는 짓기만 하면 끝나던 다리분야에 '유지·보수·관리'의 개념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전국 시설물 안전을 관리하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생겼고,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교량점검에 대한 법령이나 제도도 강화됐다.


복구된 성수대교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사고 전에는 교량에 대한 안전점검이 법적, 제도적 장치미흡으로 시설물의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면서 " 사고 이후 온라인 감시시스템과, 1인 1시설물 전담주치의 제도, 정기안전점검·정밀안전점검·정밀안전진단, 1996년 이전 완공 교량에 대한 내진(耐震) 보강, 수중 점검선 개발 등의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육안으로 손상 확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교량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시하는 '온라인 감시시스템'을 사장교나 트러스교 등 특수 교량 11개소에 구축했다.

다리마다 외부전문가인 전담주치의를 지정해 놓치기 쉬운 사소한 곳까지 꼼꼼하게 점검하도록 하는 등 전문성을 한층 강화시켰다.

물속에 잠겨있는 교량 기초 구조물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기 위해 수중 점검선도 자체 개발해 운용중이다.

이 같은 개선 대책은 1997년 복구된 성수대교가 43.2t까지 통과할 수 있는 1등교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됐다. 강화된 관리 시스템에 따라 성수대교는 연 2회의 정기점검과 2년 주기 정밀안전점검과 5년 주기의 정밀안전진단을 받는다. 지난 2016년 정밀안전진단에서는 상태평가 B등급, 안전성평가 A등급을 받았다.

1996년 이전에 완공돼 내진 설계가 미처 반영되지 않는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등 10개소는 지난 2009년에 지진규모 6.3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1등급으로 보강을 완료했다.

현재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는 한강교량은 21개로, 2020년 월드컵대교가 완공되면 22개로 늘어난다. 시내 한강교량은 일부 교량을 제외한 대부분 교량이 안전등급 B등급 이상으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태를 가늠하는 상태평가에선 개통 후 30년이 넘은 동호대교와 성산대교가 C등급을 받아 동호대교는 보수공사를 시행하여 2015년도 평가에서 B등급으로 평가 받았으며, 성산대교는 보수작업이 진행 중이다.

통상 A등급은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로 정기점검이 필요한 상태', B등급은 '경미한 손상의 양호한 상태', C등급은 '보수부재에 손상이 있는 보통 상태로 간단한 보강이 필요'한 등급이다. 30년 넘은 교량이 원효·한강대교 등 8곳이나 된다는 점에서 한강교량의 노후화 추세는 앞으로 교량 안전관리에 있어서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유석 서울시 교량안전과장은 "시설물 노후화, 차량 증가로 인해 교량 안전관리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지자체의 재원확보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적기, 적소에 적정한 유리관리 투자를 지원하는 첨단교량관리체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최근 수년 동안 다리 안전점검에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기술을 폭넓게 적용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육안점검의 한계를 보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면밀한 유지관리를 위해서다.

올해 천호대교와 올림픽대로 하부 한 곳에 무선원격 점검시스템을 시범 적용해 효과가 있을 경우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교량박스 내부 레일캠 점검 (사진=서울시 제공)

앞서 시는 '레일캠'을 활용해 교량박스 내부를 3D로 촬영하거나 초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한 '와이어캠'을 원격 조정해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는 방식을 도입 예정며, 또한 교량 배수구에 설치된 수위감지센서를 통해 배수구 막힘 상태를 실시간 알 수 있도록 '교량 배수구 막힘 알리미 시스템'도 계획 중이다.

교량하부·교각 와이어캠 점검 (사진=서울시 제공)

초고화질 카메라가 장착된 최첨단 드론도 한강 교량 안전점검에 본격 투입되고 있다.

드론에 탑재한 카메라는 풀HD보다 화질이 뛰어나고 UHD(울트라HD, 풀HD대비 4배 선명) 지상파 방송급 촬영이 가능한 초고화질 카메라로 2000만 화소급 화질로 수상 교각의 콘크리트 균열 부분도 잡아낼 수 있다. 드론으로 비행하면서 동영상 촬영 및 정지비행으로 스틸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지난해 천호대교와 성수대교에 초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투입해 콘크리트 파손·균열이나 페인트 벗겨짐 같은 세밀한 하자까지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시는 바지선과 크레인 등 별도의 장비 없이 접근이 어려운 교량 상판 측면이나 수상교각, 주탑 등에 대한 점검에 드론 활용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량 안전 점검에 사물인터넷(IoT)을 적극 활용해 육안 점검 사각지대를 없애나가겠다"고 밝혔다.

드론 활용해 한강 교량 안전점검 (사진=서울시 제공)

이와 함께 시는 올해 초 발표한 '시설물 안전관리 대책'에서 성산대교, 올림픽대교, 성수대교, 서강대교, 행주대교, 한강대교, 원효대교, 노량대교, 두모교, 서호교 등 한당 다리 10곳을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정,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다리별로 대학교를 지정, 대학 연구인력과 합동점검을 실시하는 등 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점검 인원과 장비도 확충해 안전 취약 부위인 한강 교량의 수중구조물 1,373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고인석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거울삼아 동일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되돌아보는 계기를 통해 시설물 관리에 대한 구체적, 과학적 접근이 가능하게 돼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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