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였다. 이후 한화는 10년 동안 PS 무대를 밟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5년 동안은 명장 김응용(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김성근 등 우승청부사들을 데려오고 FA(자유계약선수)들을 영입했음에도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그런 한화가 올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단독 2위에 오르는 등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1위이자 강력한 우승후보 두산을 연파하며 얻어낸 결과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두산과 홈 경기에서 5-3으로 이겼다. 전날 연장 11회말 8-7 끝내기 승리까지 2연승을 달렸다.
그러면서 한화는 1위 두산(30승17패)과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 28승19패로 3위 SK(27승20패)와 1경기 차 2위를 유지했다.
이날 결승포의 주인공이 김태균이었다. 3-3으로 맞선 7회 김태균은 상대 필승조 김승회로부터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1점 아치를 그렸다. 시즌 6호이자 통산 299호 홈런. 한화는 1사 뒤 나온 하주석의 쐐기포를 더해 완전히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경기 후 김태균은 "어제 연장까지 갔던 경기를 잘 이겨서 분위기가 오늘까지 잘 이어진 것 같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다 집중해서 잘 해줬기 때문에 이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균은 전날도 홈런을 날리며 8-7 승리에 기여했다.
김태균은 4월까지 16경기 타율 2할8푼6리 1홈런 7타점에 그쳤다. 부상도 있어 2주 이상 전력에서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5월 18경기 타율 3할3푼3리 5홈런 10타점이다. 김태균은 "조금씩 감이 좋아지는 것 같으니까 좀 더 잘 해서 팀에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가족한테도 웃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월요일 특타를 했는데 쉬는 날에도 전력분석팀과 지원팀에서 도와줬다"면서 "그게 도움이 됐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팀도 5월 들어 살아나고 있다. 한화는 이달 18경기 14승4패 승률 7할7푼8리로 단연 1위다. 무엇보다 두산이라는 강팀을 연파해 분위기는 더욱 뜨겁다.
독수리 군단의 터줏대감인 김태균이 바라본 올해 한화는 어떨까. 무엇보다 2000년대 강호였던 한화를 경험한 김태균이기에 더 특별한 시각이 나올 수 있다.
김태균은 2000년대 중후반과 올해 분위기의 비교해달라는 말에 "그때는 (내가) 어릴 때라 멋모르고 야구할 때였다"면서 "몇 년동안 PS에 나가서 팀 분위기가 선후배 모두 항상 자신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안 좋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최근 10년도 회상했다.
무엇보다 투수력이 달라졌다. 김태균은 "지난해에 비해 느끼는 점은 아무래도 투수들이 너무 좋아진 것"이라고 꼽았다. "투수가 좋아지니 수비도 편하다"면서 김태균은 "야수들이 수비 집중력이 생겨서 더 좋은 수비가 나오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싸울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ERA) 7위(5.28)였지만 올해는 1위(4.37)를 달린다.
김태균은 "야수들도 포기하지 않는 경기도 많고 그게 제일 와닿는다"고 강조했다. 투수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생겨 타자들도 점수 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1년 만의 가을야구. 김태균은 신중하지만 간절하다. 김태균은 "40경기 정도 남았다면 자신있게 PS을 말할 수 있지만 아직 초반"이라며 김칫국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간절함을 묻자 김태균은 "일본 (지바 롯데) 시절이 있었지만 가을야구를 한 지 너무 오래됐다"면서 "아무래도 (한화가) 제일 오래돼서 간절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2001년 입단 이후 KBO 리그 10번째 300홈런 고지를 넘보며 한화의 흥망성쇠를 지켜봐왔던 김태균. 과연 올해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맛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