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인기몰이를 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빈자리를 메우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지켜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추모식이 열리던 시각에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발 서울행 공군 1호기에 몸을 실은 상태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사람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경수 후보였다. 김 후보는 봉하마을에 등장한 순간부터 스타급 정치인 대접을 받았다.
지지자들과 시민들에게 둘러 쌓인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연상하게 할 만큼 많은 인파를 몰고다녔다.
결국 문 대통령의 빈자리를 김 후보가 메운 셈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비운 자리를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 대신한 것이다.
◇ 살얼음길 걷는 盧 마지막 '비서실장'과 '비서관'
문 대통령과 김 후보는 추모식에서 엇갈린듯 하면서도 서로 보완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언제 깨질지 모를 살얼음길을 걸어야 하는 처지는 비슷하다.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북.미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는 점은 문 대통령에게 곤혹스러운 일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미뤄지거나 불발된다면, 문 대통령이 그동안 공들여 온 대북정책도 큰 타격을 받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성공적 개최와 북미정상회담 소식 등으로 80%에 육박했던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도 주춤할 수 있고, 지방선거 판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경수 후보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선거준비 기간 내내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 드루킹의 불법사실을 김 후보가 지시했거나 인지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김 후보는 정면돌파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당국이나 언론에서 김 후보의 위법사실을 발견할 경우, 우세한 선거를 치르고 있는 김 후보가 결정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경남도내 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격전지의 선거판세에도 좋지 않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6.13 지방선거 직후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드루킹 특검에서 김 후보의 비위행위가 발견될 경우,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이 명약관화하다.
결국 향후 20일 안팎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이나 지방선거, 특검 등이 문 대통령과 김 후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면서 두 사람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