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촬영자가 피해 당사자라면 특별법 적용 안돼
20대 여성 A씨는 자신의 얼굴과 함께 신체 일부가 찍힌 노출 사진이 한 성매매 사이트에 올라왔다는 사실을 지난 1월 알게 됐다.
고등학생 때 직접 찍어 당시 남자친구에게 보냈던 사진이었다.
전 남자친구는 유포자로 지목돼 범행을 시인했지만, 재판에서 벌금 300만원만 구형된 상태다.
이유는 촬영자가 피해 여성 A씨 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전 남자친구에게는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아동 청소년 성보호법의 음란물 유포 혐의만 적용된 것.
현행 성폭력처벌법 14조는 '타인의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사진을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 처벌한다.
영상을 스스로 촬영한 경우는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31개 여성인권단체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 센터 이효린 활동가는 "스스로 촬영한 개인의 성적 영상이 온라인 공간에 유포되었을 때와 타인이 촬영한 영상이 유포되었을 때의 피해는 다르지 않다"며 현행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촬영자가 피해자 본인이더라도, 유포자에게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개정안은 지난 2016년부터 여러 차례 발의됐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도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개정안을 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개정안은 성폭력과 관련된 여론이 커지면 관심을 받지만, 그렇지 않을 때 관심이 떨어진다"며 "노출사진 유포는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똑같은 피해를 받게 된다. 개정안은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불법촬영(몰카) 불안감이 커지고, 여성 범죄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