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전날 짜릿한 연장 승리에 대해 "기분이 좋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물론 좋다"면서도 "그러나 어제 하루만 그렇다"고 답했다. 144경기 대장정의 한 경기인 까닭이다.
한 감독은 "아직도 100경기 가까이 남았다"면서 "남은 일정을 어떻게 치러야 할까 생각에 전날 경기는 빨리 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전날 두산에 연장 11회 송광민의 끝내기 안타로 8-7 재역전승을 거뒀다. SK를 제치고 10년 만에 단독 2위에 올랐다.
빨리 이 상태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 감독은 "마음 같아선 오늘이 9월이면 좋겠다"면서 "(이 순위 대로) 몇 경기 남지 않은 상황이면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2007년 이후 한화는 가을야구에서 소외됐고,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11년 만이다.
이는 1위를 달리는 김태형 두산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이날 선선한 날씨에 대해 "마치 가을 같다"고 운을 뗐다. 전날 저녁부터 오전까지 내린 비로 오후 5시께 대전은 20도를 조금 넘는 기온이었다. 햇살이 강했지만 기온이 높지 않아 상쾌했다.
김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막판 1, 2경기만 남긴 시점이면 좋겠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두산은 2위 한화에 3경기 앞선 선두. 김 감독의 말처럼 된다면 그대로 한국시리즈(KS) 직행이다.
이에 취재진이 "감독들의 마음은 다 똑같나 보다. 한용덕 감독도 그 얘기를 하더라"고 전하자 김 감독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프로야구 감독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성적에 따라 거취가 좌우되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김 감독도 지난해 7월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서 게실염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전날 경기도 아쉬움이 남았다. 두산은 1점 차로 앞선 9회말 2사에서 박치국이 재러드 호잉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뒤 연장에서 역전패했다. 김 감독은 "2아웃을 잡은 뒤 욕심이 생겨서 던졌다가 맞았는데 아쉬운 대목"이라고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