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과감히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던 그였기에 '믹스나인'은 맞지 않는 옷처럼 보였다. 실제로 방송 초반 아이디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처럼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고, 편집의 희생양이 되어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디는 데뷔 이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것처럼, 흔들리지 않고 경연에 임하며 잠재력과 매력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고 최종 순위 5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마친 아이디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9개월여 만의 신보이자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은 새 싱글인 '러브 하이웨이(Luv Highway)'를 발매, 이전보다 한층 밝고 청량해진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주며 또 다른 '색'을 드러냈다.
올 하반기에는 해외 진출도 예정돼 있는 상황. 2016년 7월, 미국 R&B 뮤지션 제프 버넷이 프로듀싱한 곡 '사인(Sign)'으로 '핫데뷔'한 이후 소신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아이디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믹스나인' 출연은 좀 의외였어요."YG가 제작에 관여한 프로그램이었잖아요. 자기 색이 확실하고, 자기가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잘 아는 가수들이 많은 회사여서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라는 사람을 더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고요. 제작진분들 역시 미팅할 때 저와 같은 아티스트가 있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좋은 취지 인 것 같다는 생각에 참여를 결정하게 됐었죠"
▶걸그룹 춤을 제대로 춰본 것도 정말 오랜 만이죠. "3년 정도 만에 춰본 것 같아요. 사실 춤을 잘 추는 친구들이 많을 텐데 어쩌나 싶어 걱정을 좀 했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임했고, 실력 있는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방송 초반 '아티스트병'에 걸린 참가자처럼 편집돼 악플에 시달렸잖아요. "제작진분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방송에는 일부부만 편집돼 나왔죠. 그걸 나쁘게만 보지는 않았어요. '왜 편집이 저렇게 되었지?' 하는 의문은 있었지만, 재미있게 시청했죠"
▶방송에서 편집된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제가 당시 말씀드린 아티스트라는 자기가 할 줄 아는 게 뭔지 알고, 그걸 잘 표현해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였어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난 아티스트다'라고 말하는 것만 부분만 뽑아서 나온 것뿐, 아이돌과 뮤지션을 구분 짓는 발언이 절대 아니었어요. 전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 길을 갈 겁니다 하는 걸 말씀드렸던 거예요"
▶보컬 트레이너 수란 씨에게 '별로'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잖아요. "그것도 사실 편집이...제가 아니라 다른 친구에게 했던 말인데 방송에서는 마치 저에게 한 것처럼 나왔죠. 제작진 분들이 제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런 식으로 편집하신 것 같아요. 아마 방송을 보고 수란 선생님도 많이 당황하셨을 거예요"
▶기억에 남는 심사평이 있나요. "이 얘기 역시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양현석 심사위원님께서 춤을 잘 못 추던 제가 춤을 완성시킨 모습을 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똑똑한 친구 같다', '무대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 같다'고 해주셨던 것도 기억에 남고요. 처음에는 저를 안 좋아하시는 것처럼 쓴소리를 많이 하셨는데 뒤로 갈수록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믹스나인'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요. "신선한 경험이요. 오디션, 단체 군무 등 아이디로 활동하면서는 해볼 수 없는 경험들을 해본 것에 만족해요. 친한 친구들도 생겼어요. (신)류진이, (이)하영 언니, 드림캐쳐 시연이와는 요즘도 연락하고 지내요"
▶'믹스나인' 남자팀의 데뷔가 끝내 무산됐어요. "내심 언젠가 여자팀도 데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데뷔 자격을 얻은 남자 팀의 데뷔가 끝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웠어요. 언젠가 한 번쯤은 여자팀 친구들과 모여서 활동해보고 싶은데,,,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드라이빙 뮤직'을 테마로 잡았다고요. "'믹스나인' 이후 계속 음악 작업에 몰두했고,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면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3곡을 완성했어요. 원래 세 차례에 걸쳐 한곡씩 발표하려고 했는데 한 곡만 들고 컴백하긴 그래서 두 곡을 먼저 공개하게 됐고요. 조만간 발표할 곡이 '드라이빙 뮤직' 3부작 중 가장 레트로적인 음악이에요. 작업은 끝난 상황이고요"
▶'드라이빙 뮤직' 3부작, 영감은 어떻게 얻었나요. "드라이브라는 테마를 떠올린 건 '믹스나인' 촬영 때에요. 당시 '기획사 투어' 때문에 버스를 정말 많이 탔거든요. 아마 한 달 정도 탔을 거예요. 그런데 촬영 때문에 버스 안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드라이브 하면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잡게 됐어요"
▶'블랙뮤직 뮤지션'을 표방해왔잖아요. 이번 싱글을 기점으로 방향성이 조금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블랙뮤직은 제 음악의 뿌리에요. 여전히 좋아하고 저를 잘 표현해주는 음악이고요. 이번 싱글에서 밝은 성격으로 바뀌었을 뿐, 제가 추구하는 바는 변함이 없죠. 사실 블랙뮤직이라는 용어가 인종적으로 민감할 수 있겠다 싶어서 요즘은 자제하고 있고, 요즘은 레트로 알앤비 뮤지션으로 저를 설명하고 있죠"
▶음악방송에서 아이디의 신곡 무대를 볼 수 있나요. "음악방송 활동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올 하반기 해외 진출이 확정되어서 또 새로운 앨범을 준비 중인 상황이거든요"
▶팬들은 아이디의 어떤 면을 좋아해주나요. "소신을 잃지 않고 꾸준히 지켜나가는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믹스나인'에 한창 출연할 때 한 팬 분께서 '다시 아이디 음악 들려주실 거죠?'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감사하고 뭉클했어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큰 사랑을 보내주고 계시는 팬클럽 '패스워드'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올해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일단 팬미팅을 자주 열고 싶어요. 팬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거든요. 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드라이빙 뮤직'을 테마로 한 또 따른 곡을 발표할 예정이고요, 하반기에는 해외에서도 활동을 시작해보려고 해요. 앞으로 레트로를 기반으로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들려드릴 테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