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신임대표 체제 '서울시향', 다시 기지개 켠다

"21세기 지속가능한 오케스트라 … 지역사회에 필요한 오케스트라 될 것"

서울시향 강은경 신임대표이사.
소위 '서울시향 사태'라는 큰 내홍을 겪은 뒤 하락세의 길을 걸은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5대 대표이사로 올 3월 취임한 강은경 대표이사는 23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핵심 운영 방향으로 "예술적 요청과 공공적 요청을 조화롭게 구현하는 21세기 지속가능한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21세기 지속가능'이라는 모호한 표현에는, 이전의 내홍을 넘어선 오케스트라의 본질적인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 대표이사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21세기임에도, 19~20세기 운영하던 회원제 운영 방식이 여전히 남은 가장 보수적인 영역이 오케스트라이다"며 "우리뿐만이 아니라 서구를 비롯해 모든 오케스트라가 고민하는 문제가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는가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파산하는 오케스트라를 여럿 보았고, 여러 예술단체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경영·재무적 건전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시민·기업과 손을 잡고 동반성장할 계획을 구체화한 오케스트라만이 21세기에 살아남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21세기 서울에 있는 공공예술단체로서 서울시향은 서울시민이 '살아 있는 시향'이라고 느낄만한 여러 시도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수많은 클래식 예술단체에 어떻게 생존하는지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직 건전성 확보 ▲예술 부문 안정화 및 역량 강화 ▲생애주기별 예술교육 시스템 구축 ▲지역사회와의 동반 성장 등을 부문별 추진 과제로 삼는다.

조직 건전성 확보를 위한 내·외부 소통을 강화한다. 지난 5월 4일 서울시 정책에 발맞추어 사무보조 공무직 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또한 지난해 4월에 도입한 근로자이사 제도를 통해 단원들의 의견을 이사회에 반영하고, 재단의 주요 의사 결정에 '협치'를 구현하고 있다.

아울러 관객들과 후원회원들이 오케스트라와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시민과 호흡하는 오케스트라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공석인 음악감독도 임명하기 위해 최근 '음악감독추천위원회'를 발족하고 속도를 낸다.


다만 강 대표이사는 "차기 음악감독은 시급성보다는 적합성이 중요하다"며 "동고동락할 단원들의 의견부터 여러 외부 전문가와 관객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절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주적인 소통과 숙의 과정을 통해 건강한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는 서울시향의 강력한 의지이다"고 덧붙였다.

음악감독이 부재인 기간에 서울시향의 예술적 안정성 강화를 위해 부지휘자를 빠른 시일 내에 선발한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최수열 지휘자가 사임한 이후 현재까지 공석인 상황이다.

강 대표이사는 "수석부지휘자(associate conductor)와 부지휘자(assistant conductor)의 층위로 구분된 부지휘자 제도를 통해 예술적 리더십을 견고하게 할 계획이다"고 했다.

시민을 위한 생애주기별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SPO Kids' 양성 및 미래 관객 개발에 노력할 것이다"고 했다.

서울시향이 이미 진행하고 있던 초·중학교로 찾아가 음악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연주를 들려주는 '음악수업 2교시'와 학생들을 공연장으로 초청하여 공연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음악이야기'를 꾸준히 진행하고,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음악을 음악수업 교재용 영상으로 제작하는 '교과서음악 영상화 사업'을 진행해 서울시 소재 중학교에 배포한다.

또한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하였던 <오케스트라 캠프>를 정규 사업화하여, 서울시향 단원들이 서울시내 청소년 오케스트라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20대 관객을 위한 채널과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 등 중장년층 교육프로그램, 공연장을 찾는 바쁜 직장인들을 배려하기 위한 교육콘텐츠 팟캐스트화 등 매체의 다변화도 모색한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및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으로는 기존의 '우리동네 음악회'를 강화하고, 발달장애아와 그 가족을 위한 음악회 '행복한 음악회 - 함께!'를 연 2회로 확대하려 한다.

이밖에 기업과의 협력 등을 모색하여 문화 소외계층 및 사회적 배려자에 대한 문화예술 경험의 기회를 늘리는 등 문화복지 혜택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강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중학교 때 바이올린 공부했고, 대학 때는 법학을, 그 이후에는 한예종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그는 "이게 장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과 법, 예술경영을 공부했고 연구자였다가 실무자를 거쳐 지금은 경영자가 됐다"며 "다양한 시행착오들이 모여 지금의 유연성을 가지게 된 게 감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린시절 음악인의 삶을 꿈꿨던 그는 단원들의 고충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그들의 직업적 질병을 완화하고 재단 구성원들의 심신 안정을 도모하고자 긴급 의료체계와 전문병원과의 MOU를 통한 협력체계 구축해 복지혜택을 대폭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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