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투수 '깜짝 선발' 유행한다면…오승환도 선발 후보?

구원 투수를 선발 투수로 이틀 내리 깜짝 기용한 탬파베이 레이스의 전략이 미국프로야구에서 끊임없이 화제를 낳는다.

탬파베이는 20∼21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베테랑 불펜 투수 서지오 로모(35)를 이틀 연속 선발 투수로 투입했다.

로모는 20일 경기에선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낚고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21일엔 1⅓이닝 동안 볼넷 2개를 줬으나 역시 삼진 3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시즌 운용에 필요한 선발 투수 5명을 채우지 못한 탬파베이는 정규리그 시작 전 4인 선발 로테이션을 발표하고 5일째엔 선발 투수 없이 불펜 투수로 경기를 치르는 '불펜 데이'(day) 전략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로모는 20일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로모의 선발 투입이 큰 효과를 거두자 21일에도 그를 선발로 또 올리는 독특한 작전을 폈다.

로모는 지난 40년 동안 이틀 연속 선발 등판한 역대 5번째 투수다.

에인절스 3루수 잭 코자트는 로모의 연속 선발 등판에 "기이한 일이고, 야구에도 좋지 않다"고 불편한 감정을 나타냈다.

그러나 MLB닷컴은 23일 로모의 성공이 다른 팀의 시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유행을 점쳤다.


MLB닷컴은 구원 투수를 선발 투수로 기용해 그에게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1회를 맡기는 전략은 절대 쉽지 않다면서도 탬파베이의 전략은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기에 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우완 로모가 오른손 타자에게 아주 강했고, 반대로 에인절스의 좌타 라인은 빅리그에서도 가장 약하다. 우타자 일색인 에인절스 타선을 상대하기에 로모가 안성맞춤이었다는 뜻이다.

누구나 인정하듯 탬파베이에 확실한 선발 투수 자원이 부족했기에 로모의 선발 등판이 가능했다.

로모의 올해 피안타율은 0.254다. 왼손 타자에겐 0.360으로 약하지만, 오른손 타자는 0.196으로 묶었다.

MLB닷컴은 에인절스처럼 1∼4번 타순에 오른손 타자의 비중이 높은 4개 팀을 꼽았다.

에인절스(97%), 휴스턴 애스트로스(95%), 볼티모어 오리올스(88%),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72%)가 우타자를 전진 배치하는 팀이다. 좌타자가 부진하거나 우타자가 워낙 막강해 상위 타순을 우타자로 꾸리는 팀들이다.

이런 팀들과 맞붙는 팀들이 탬파베이처럼 오른손 구원 투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색다른 전략을 펴볼 수 있다는 게 MLB 닷컴의 예상이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선발로 등판할만한 투수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구원 오승환(36)을 거론했다.

시즌 피안타율 0.229를 기록한 오승환은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 0.204로 짠물 투를 뽐냈다. 또 탈삼진 21개 중 16개를 우타자를 상대로 빼앗았다.

오승환의 팀 동료 라이언 테페라, 데이비드 로버트슨(뉴욕 양키스), 유스메이로 페티트(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조시 필즈(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피터 모일런(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각 팀의 우완 셋업맨도 깜짝 선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MLB닷컴은 2017년 이래 최소 100타자 이상을 상대한 우완 구원 투수 중 가중출루율(wOBA) 0.290 이하를 기록한 이들을 선발 후보로 분류했다.

가중 출루율은 볼넷, 몸에 맞는 공,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 등에 각각 다른 가중치를 적용해 환산하는 지표다. 2017∼2018년 미국프로야구에서 우완 구원 투수의 오른손 타자 상대 평균 가중출루율은 0.305다.

팀 승리를 위한 변칙과 파격은 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하기에 이런 예상이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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