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두 팀 사령탑의 화제는 상승세의 한화 불펜이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리그 최강을 달리는 불펜진에 신뢰를 보냈고, 김태형 두산 감독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먼저 한 감독은 "지난달까지는 선수단이 덜 짜여진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팀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는 외인 선발들을 비롯해 마운드의 경험 부분이 부족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선발진이 어느 정도 검증이 됐고, 불펜도 안정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과 비교해서 팀이 많이 안정이 된 느낌"이라면서 "특히 불펜이 좋아졌다"고 짚었다. 지난달 잠실에서는 두산이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ERA) 4.36으로 리그 1위다. 특히 프로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한화는 불펜 ERA도 3.25로 단연 최강이다. 2위 롯데(4.24)보다 1점 정도 낮다. 한화 불펜은 14승(6패)로 다승도 1위다.
하지만 한화가 믿었던 불펜이 깨졌다. 지난주 2위 SK에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1위를 지킨 두산 타선의 응집력을 버텨내지 못했다. 그러나 두산 불펜 역시 승부처에서 흔들렸다.
하지만 3회 빅이닝으로 단숨에 역전했다. 1사 1루에서 나온 상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용규가 볼넷을 얻는 과정에서 두산 포수 양의지의 송구가 뒤로 빠져 1사 1, 3루가 됐다. 풀카운트에서 1루 주자 최재훈이 자연스럽게 2루를 향해 뛰었는데 김재호가 볼넷 상황이라 송구를 받지 않은 것.
여기서 흔들린 두산 선발 세스 후랭코프는 폭투로 동점을 헌납했다. 2사 3루에서 송광민의 빗맞은 타구가 행운의 중전 적시타가 됐다. 이에 흔들린 후랭코프는 재러드 호잉에게 2점 홈런, 김태균에게 1점 홈런을 맞았다. 한화는 4회 최진행의 볼넷, 최재훈의 안타, 정근우의 적시타로 6-1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두산의 응집력은 경기 후반 빛을 발했다. 7회 오재원, 파레디스의 안타와 대타 류지혁의 2루타, 박건우의 땅볼을 묶어 3-6까지 추격했다. 한화는 7회 2사 3루에서 선발 김재영을 내리고 안영명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두산은 8회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안영명과 서균, 송은범 등 한화가 자랑하는 필승 불펜을 상대로였다. 두산은 최주환, 김재환의 안타와 양의지의 몸에 맞는 볼로 각각 안영명, 서균을 강판시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서균은 이날 사구로 출루를 허용한 양의지가 홈을 밟아 실점하면서 개막 24경기 15⅓이닝 연속 무자책 행진이 멈췄다.
이후 오재원이 송은범을 우월 싹쓸이 3루타로 두들겼다. 우익수 재러드 호잉의 펜스 플레이가 살짝 아쉬웠던 틈을 놓치지 않았다. 6-6 동점. 후속 오재일의 중전 적시타까지 나와 7-6으로 앞서갔다.
결국 두산은 연장 11회 김정후가 볼넷과 악송구에 이어 송광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떨궜다. 두산으로서는 이날 좌완 마무리 함덕주가 등판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두산의 올해 불펜 ERA는 4.80으로 4위로 나쁘진 않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더 나아져야 한다는 점이 이날 경기로 더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