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위기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본선 티켓을 따냈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후 평가전도 마찬가지. 기복이 심한 경기력으로 팬들로부터 "3패로 월드컵이 끝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게다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주전 수비수로 점찍은 김민재(전북)에 이어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는 권창훈(디종FCO)마저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하지만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주장다웠다.
기성용은 2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출정식을 마친 뒤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머리가 아프실 것"이라면서 "나도 주장이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부상자들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들이라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오히려 남은 선수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뛸 거라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베테랑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은 세 번째 월드컵 출전. 아시안컵, 올림픽 등에서도 맹활약했다. 큰 대회를 앞두고 부상자들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기성용은 "지난 아시안컵 때도 부상자가 많이 나왔지만,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면서 "(김)민재도, (권)창훈이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대회를 준비하다보면 항상 부상자가 나왔다. 올림픽도, 아시안컵도 그랬지만, 대체로 들어온 선수들이 정말 잘 해준 기억이 많다. 그런 부분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이 "플랜B가 플랜A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
기성용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 해왔던 전술적인 부분이 부상자로 인해 새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얼마 없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잘 준비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생각한다"면서 "빈 말이 아니라 자신이 있다. 선수들도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몸 상태도 좋다. 그동안 무릎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소속팀에서 2주 동안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기성용은 "몸은 좋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것 같은데 2주 동안 경기에 안 뛰어서 컨디션 회복이 많이 된 것 같다"면서 "무릎 상태도 많이 호전됐다.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 월드컵에 초점을 맞췄기에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최종예선부터 정말 힘든 시간이 많았다. 평가전도 그랬다. 더 내려갈 곳이 없기에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면서 "월드컵을 하지도 않았는데 부정적인 말이 나온다.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든다. 선수들도 자존심이 있기에 팀도 강하게 만들거라 생각한다. 한 번 부딪혀보자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축구는 알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