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유시민 "전두환씨, 인간이 그러면 돼?"

"최소한 인간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든가, 사과해야 맞다"

(사진='썰전' 방송 화면 갈무리)
유시민 작가가,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3일 기소된 전두환씨를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38주기 5·18을 하루 앞둔 17일 밤 방송된 JTBC 시사 예능 프로그램 '썰전'에서다.


이날 방송에서 먼저 박형준 교수는 "(전씨는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89년 광주 청문회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던 고 조비오 신부를 상당히 인격적으로 비난하는 대목이 있다"며 "그것에 대해 5·18단체와 유가족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한 사건"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5·18 관련 허위사실 기재로 출판 금지 처분을 받은 이 회고록에서 전씨는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허위 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가면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고 조비오 신부를 맹비난했다.

박 교수는 "그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해 보니까, 우선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것을 국방부 5·18특조위가 확인해 줬다"며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비난은 사자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검찰이 기소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시민 작가는 "광주에 있는 옛날 전남도청, 발포로 인해 대규모 사상자가 나왔던 1980년 5월 21일에 그 도청 근처에 시위대가 올라가 있었던 몇 개 빌딩이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중 하나가 전일빌딩인데 이 빌딩을 최근에 리노베이션(수리)하는 과정에서 탄흔이 10층 기둥, 바닥 등에서 나왔다. 아시다시피 개인화기로 군인들이 총을 쏴서는 10층 내부 기둥 등에 탄흔을 낼 수 없다. 그 탄흔을 국방부 조사단이 분석해서, 발사각도 등을 볼 때 헬기에서 발사했을 수밖에 없는 점들이 확인돼 국방부에서도 (헬기사격을) 인정했다."

유 작가는 "전두환씨가 회고록을 내면서 '무장헬기가 시민들을 공격한 사실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든지, '내가 알기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면 그냥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것이라 비난은 받겠지만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 이 회고록에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이야기한 성직자를 '가면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써놨다"며 지적을 이어갔다.

"그냥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그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인격파탄자, 거짓말쟁이, 악마로 모는 것은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다. 지금 5·18 때문에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또는 사자명예훼손으로 (재판받는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기존에 군에서는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이 자위권 발동을 하기 전까지는 헬기가 출동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 5월 19일부터 무장헬기 3대가 대기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나왔다"며 "그러니까 5월 21일 이전에도 헬기가 있었으니까 5월 21일 헬기사격이 가능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사실 헬기사격은 그동안 (주장해 온) '군인들이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한 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 것"이라며 "그것(헬기사격)은 굉장히 계획적이고 공세적인 군 작전이기 때문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사람? 자기가 무슨 법 위에 있나?"

유 작가 역시 "(군의) 정당방위, 이런 걸로 인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5·18민주화운동 38주기를 맞아서, 헬기사격이 밝혀진 것도 근자의 일이지만, 계엄군이 집단적으로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피해자들 증언이 나오고 있잖나"라고 전했다.

이어 "전두환씨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사람이라면 자기가 직접 그렇게 하라고 안 시켰다 하더라도 결국 (5·18계엄령 선포는) 자기가 집권하기 위해 벌인 일이잖나"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때(1979년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암살된) 10·26사건 뒤 (전두환 신군부 집권 대신) 계엄 해제하고 3김씨(김대중·김영삼·김종필)가 선거했으면, (실제) 1987년처럼 정권교체가 안 됐다 하더라도, 민주화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보안사령관 하고 있던 사람이 나서서 자기가 권력을 잡기 위해 그 모든 살상을 저질렀잖나."

박 교수도 "(1987년 6월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민주정치체제를) 87년 체제라고 우리가 보통 얘기하잖나. 그러니까 사실 (전두환 신군부 쿠데타가 아니었으면 87년 체제가 아니라) 80년 체제가 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 80년 체제를 만들기 위해 1979년 10·26 이후부터 1980년 5월까지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을 거세게 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도 오른쪽 눈이 최루탄을 맞아서 약시지만, 어떤 명분으로든 또 한 번의 군사쿠데타를 통한 집권을 기획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상당히 용납받기 어렵다.

유 작가는 "전두환씨가 이 모든 사태의 주역이었고 주동자였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전두환씨가 (1980년 당시) 중앙정보부장·보안사령관·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을 겸하고 있으면서 실제로 다 좌지우지하고 (1979년 12·12군사쿠데타로 당시 대통령이던) 최규하씨를 끌어내리고 자기가 (1980년 간선제로) 대통령되고, 그 다음에 또 선거인단 만들어서 대통령을 두 번 했잖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 이런 것에 대해 최소한 인간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든가, 사과를 해야 맞다. 5·18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 중 한 분인 고 조비오 신부님을 모욕하고, 그래서 검찰에서 입건해 두 번이나 소환했는데, 전직 대통령 예우도 다 박탈된 분이, 검찰에 나가지도 않고 재판장에도 안 나올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사람? 자기가 무슨 법 위에 있는 사람인가? 진짜 나쁘다, 인간적으로. 나쁘다는 말 밖에는…."

이 주제를 마무리하는 한 줄 논평에서 박 교수는 "지금 이 헬기사격 문제도 아직 진실이 완전히 밝혀진 것이 아니"라며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것만 밝혀졌지, 투입됐던 조종사들도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고 어떤 헬기가 어떻게 동원됐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다. 더 사실관계가 규명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진실은 언제가 밝혀진다"는 한 줄 평을 내놨다.

이에 유 작가는 "저는 그렇게 고상한 한 줄 평하고 싶지 않다"며 전씨를 향해 "인간이 그러면 돼?"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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