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은 16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5차전에서 맞붙었다. 승리는 9회말 마이클 초이스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이 터진 넥센의 차지였다. 8-7,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케네디 스코어였다.
하지만 두 팀 감독의 속내는 그렇지 못했을 터. 넥센은 6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필승 카드를 써버린 게 아쉬웠고, KIA는 고질적인 제구 난조를 확인한 데다 역시 필승 불펜 1명을 투입했다.
이날 경기 출발은 KIA가 좋았다. 1회 1사에서 이명기의 3루타와 안치홍의 내야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3회 재앙이 벌어졌다. 1, 2회 안타 1개만 허용하며 잘 막아낸 선발 한승혁이 갑자기 흔들렸다. 연속 볼넷에 김규민에게 적시타를 내줘 동점을 허용한 것까지는 괜찮았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 한승혁은 이택근에게 역전 적시타를 맞은 뒤 초이스에게 볼 2개를 던진 뒤 강판했다.
이어 올라온 이민우가 볼 2개를 마저 채워 초이스가 걸어나갔고, 장영석도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2사 만루에서 이민우는 송성문, 김혜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박동원에게 또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강판했다. 역시 제구가 숙제인 심동섭이 다시 스트레이트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한 이닝 6볼넷 허용. 이는 역대 KBO 최다 타이 기록(13번째)이다. 김기태 KIA 감독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KIA의 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투수들에게 스트라이크는 쉽지 않았다. KIA는 3회만 7점을 헌납하며 승기를 내주는 듯했다.
7-1, 6점 차를 감안하면 사뭇 의아한 교체. 더욱이 경기 전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이보근, 김상수 등 필승조에 마무리 조상우까지 선발이 6회만 책임진다면 어디와도 해볼 만하다"고 강조한 터였다. 신재영은 앞선 9일 한화전에서도 비록 패전을 안았지만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차츰 2016년 신인왕의 모습을 찾아가는 신재영이었다.
넥센은 전날 제이크 브리검의 8이닝 호투로 불펜진의 여유가 있었다. 넥센 벤치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신재영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6점 차라 그동안 등판이 없던 투수를 내보낼 만도 했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좌완 김성민은 6회 ⅔이닝 2피안타 2볼넷 3실점했다. 살짝 아쉬운 볼 판정도 있었지만 볼넷 2개가 화근이 됐다. 7회도 좌완 오주원이 ⅓이닝 2피안타 3실점했다. 김상수를 서둘러 올렸지만 이범호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승계 주자 2명을 불러들여 7-7 동점을 허용했다.
KIA도 다 내줬던 경기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만큼 필승조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7회말 2사 2루에서 김윤동을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고, 김윤동은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넥센도 9회 마무리 조상우를 투입해 최형우(삼진), 김주찬, 나지완(이상 땅볼) 등 KIA 4~6번을 삼자범퇴 처리했다.
특히 넥센이 그랬다. 5회까지 6점을 앞선 경기라면 마무리 조상우까지 던진 것은 아까웠다. KIA도 난조에 빠진 넥센에 등 떠밀려 김윤동까지 나온 것이 아쉬웠을 터. 이겼다면 기꺼운 등판이었지만 졌기에 더 아쉬웠다.
김윤동은 9회말 첫 타자 초이스에게 2구째 시속 146km 속구를 던졌다가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바깥쪽으로 제구된 공을 초이스가 기가 막히게 밀어 때렸다.
넥센은 이겼지만 씁쓸함이 남았다. KIA는 그냥 졌으면 괜찮았을 텐데 괜히 헛심만 쓰게 된 모양새라 입맛이 개운치 않았다. 어쩌면 넥센에 의해 김윤동이 강제 소환된 KIA였다. 다만 KIA는 전날 임창용이 세이브를 따내면서 29개를 던져 9회 투입하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 5선발 고민에 믿을 만한 불펜이 없는 KIA의 패배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것은 아닐까.
이날 LG도 삼성과 대구 원정에서 6회까지 7-2로 앞서다 7회 대거 5실점한 뒤 9회 1점을 내면서 간신히 이겼다. 넥센과 같은 8-7 승리였다. 최근 KBO 리그가 이렇다. 벤치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경기가 점점 적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