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22 · B-52 등 핵심 전략자산 전개에 반발 가능성
-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최고 존엄과 체제 헐뜯어"…태영호 전 공사의 김정은 비판 정면 겨냥
-전문가 "전략자산 전개와 최고 존엄 모독 행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올해 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향적인 신년사 발표를 계기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남북 특사단 상호 방문, 남북정상회담 성공적 개최 등 상반기동안 숨가쁘게 이어져온 남북관계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날 회담을 계기로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 이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맥스 선더(Max Thunder)' 훈련이다.
한국과 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 훈련이 북한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이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한반도 화해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 도발이라는 것이다.
물론 북한 전역을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B-52 등 핵심 전략자산들이 상당수 참여했다는 점은 북한 입장에서 민감한 안보 위협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간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번 훈련 역시 이미 예고됐다는 점에서 '맥스 선더' 훈련을 문제삼아 불과 10시간 남겨두고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이번 고위급회담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당국자들의 첫 만남이고, 철도 연결과 산림협력 등 부분적인 남북경협 사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따라 북한이 속으로는 다른 사안을 문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은 "남조선 당국이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국회에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외교적 행보가 '쇼'라고 비판하고, 완전한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태영호 전 공사는 특히 저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 자라양식 공장에서 새끼 자라가 죽은 것을 보고 지배인을 심하게 질책하고 처형까지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3층 서기실은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고,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 주민들이 김씨 부자의 실체를 알게 되면 3층 서기실은 와해될 것"이라고도 비난했다.
이와함께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군사분계선상의 모든 적대적 행위를 중지하기로 했지만, 일부 탈북자 단체들은 정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대북 비난 삐라 살포를 계속 강행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은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는 특이한 국가"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태영호 전 공사의 기자회견이나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등이 판문점선언 정신에 위배되고 문재인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앞으로 체제와 존엄을 모독하는 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한미군사훈련에 전략자산을 동원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도 동시에 던지고 있다"며 "일단 훈련이 끝나는 25일까지는 남북 간 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의 남북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 조치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나 북미정상회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전략자산 동원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이 북한의 체제와 존엄 문제를 직접 건드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북미정사회담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