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과 수사단 측 설명을 종합해보면, 수사단은 지난 달 25일 강원랜드 비리채용 수사와 관련해 15페이지 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대검에 전달했다. 이 공문은 '수사 결과'를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쟁점을 정리한 정도였다. 수사단 측은 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 고위 간부들을 기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 총장과 수사단이 같은 사안을 두고 입장이 정반대로 가기 시작한 건 여기서부터다. 위원회 소집을 위해 15페이지짜리 보고서보다는 상세한 수사 내용이 필요하다는 대검 측 요구에 수사단이 거부감을 나타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사단은 "어쩔 수 없이" 60페이지짜리 수사결과를 보고했다는 것이고 대검 측은 "어떻게 내용도 모르고 심의위를 열 수가 있냐"며 더 자세한 설명을 달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수사결과를 받아든 대검 측은 '부당한 지시'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리검토의 필요성을 느껴 수사심의위 대신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자문단 심의를 받을 것을 수사단 측에 전달했다. 또 연루된 검찰 간부의 친소 관계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받아들여 수사단 측과 자문단 구성을 논의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단이 뺄 사람은 빼고, 심지어 새로 넣을 사람까지 다시 짜서 명단을 정리했고 대검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이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심의위 대신 자문단 판단을 받으라는 문 총장의 결정을 '약속과는 다른' 수사지휘권 행사로 인식하고 있다.
수사단 관계자는 "당초 우리의 계획은 기소 등 최종 결정을 내리고 발표 전에 대검에 '이렇게 하겠다'고 통보하는 것이었다"며 심의위 소집 좌절을 계기로 본격적인 수사지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검 관계자는 "수사단이 먼저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해 대검이 일종의 답변을 한 것이고, 자문단 구성까지 협의를 마친 사안"이라며 "수사지휘를 문제 삼으려면 애초 심의위 요청을 왜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이 적절하게 행사 됐는지 여부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선 대체로 수사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압색을 해라, 여기를 조사해라 식으로 수사 단계에서 개입했다면 문제지만, 이 경우는 수사를 마무리하고 어떻게 처리할지를 보고받는 단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왜 저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 총장의 리더십은 상처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에 대한 수사단의 기소 계획부터, 경직된 검찰 조직문화에선 문 총장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질 여지가 있다고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와 지휘를 아는 검사 입장에서 이런 내용으로 총장을 겨냥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총장 흔들기라고 볼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