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동부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14일 오전 6시 17분쯤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A(48)씨가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A씨의 소지품에서는 포스트잇 한 장 분량의 유서와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6줄 정도 분량의 간략한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별다른 외상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가는 사람 마지막이라도 죄송하다 사과했으면…"
A씨의 아들인 준우(가명·11)는 지난해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2차례에 걸쳐 동급생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
1차 학폭위 결과, 동급생들에게 내려진 조치는 '서면사과·교내봉사' 등이었다. 2차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치 없음' 결정이 나왔다.
충청남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충남학폭지역위)의 재심에서는 학교 측의 '조치 없음' 결정과 달리 '학교 봉사 10시간' 조처가 내려졌지만, 재심 결과마저 가벼운 조치에 그쳤다.
준우에게는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 적응 장애'라는 병이 왔다. 현재까지 준우는 약 70회의 심리 치료를 받았지만, 앞으로 5년간 신경안정제 등 약을 먹어야 한다고 가족은 설명했다.
준우 어머니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준우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최근 천안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제적인 문제가 컸다"며 "매달 준우 약값 등 힘든 상황에서 빚을 내서 이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을 통해 빚을 갚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부담감이 계속 커진 것"이라면서도 "아이 아빠에게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또 "이사 오면서도 학교로부터 미안합니다, 저희로 인해 이사 가시게 돼 죄송합니다란 단 한 글자도 받지 못했다. 아무에게도 사과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는 "가해자들과 학교 측 사람들이 찾아와서 꼭 사과했으면 좋겠다"며 "가는 사람 마지막이라도 죄송하다고 사과는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조용히 아무것도 알리지 않고 처음부터 그냥 전학 갈 걸 후회스럽다"며 "괜히 이 일을 알려서 우리 아이만 학교에 못 가고 고통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과라도 받아야지 너무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 준우에게 누가 때리면 맞지 말고 더 때리라고 말한다"며 "피해자가 되면 억울함만 품고 있지만, 가해자는 사건을 질질 끌고 만 가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학교와 교육청의 비협조, 민사소송 8개월째 답보…이제야 소장 보내
준우 측은 지난해 9월 가해학생 5명과 이들의 학부모, 교장, 교감, 담임 등에 대해 정신적·신체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을 보내려면 피고의 인적사항을 알아야 하는데, 학교와 충남도교육청이 가해학생과 부모 등의 인적사항 제공을 거부하면서 소송이 지연돼왔다.
가해 학생의 부모들이 개인정보 제공에 '미동의'했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에 따르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 주체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그중에는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앞서 2차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당시 충남도교육청은 2차 피해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해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소를 제기한 지 8개월만인 최근에서야 소장을 보낼 수 있었지만, 원고 중 한 명인 A씨는 떠나고 난 뒤였다.
법률구조공단 천안출장소 관계자는 "원고 중 한 분이 돌아가신 만큼 청구 취지 등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며 "어머니와 상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