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취객의 잠긴 스마트폰…경찰은 잠금해제 난감

손쉽게 보호자 연락할 수단이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

만취한 20대 여성이 거리에 쓰려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한동안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A씨를 지구대에 마련해 둔 취객용 매트리스에 눕혔지만, 보호자를 부르려 해도 횡설수설할 뿐이었다.

통화기록에 있을 보호자 연락처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 잠금을 풀어보려 해도 A씨는 당최 협조적이지 않았다.

◇ "잠금 좀 풉시다" 했더니 "왜 내 폰 만져"

"보호자를 불러야 합니다. 휴대폰 잠금 좀 풀어보세요"

지난 9일 새벽 홍익지구대 경찰관의 '읍소'에도 A씨는 요지부동이었다.

경찰은 처음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땅에 주저앉아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혼자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돌아왔었다.


이후 1시간 만에 또 다른 신고로 출동해 이번엔 A씨를 지구대로 옮겨온 상태였다.

결국 A씨는 아침까지 매트리스에 누워 자다가 멋쩍은 표정으로 일어나 귀가했다고 한다.

홍익지구대에서는 이날 또 한 명의 만취 남성을 싣고 왔다가 "내 폰 만지지 말라"는 고성을 들은 뒤 겨우 달래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

◇영장 없이 불가, 사생활 침해 방지가 우선이지만 취객에 발목잡히기도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구호대상자를 경찰관서에 보호할 때는 가족이나 친지 등 보호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하지만 A씨처럼 버티는 취객들을 설득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취객이 스마트폰 도둑으로 몰거나 욕설을 하기도 해, 다른 순찰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분증으로 신원조회를 하더라도 보호자 연락처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화번호 확보는 사실상 당사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수사기관이 민간인의 스마트폰을 멋대로 열어보는 것도 공권력 남용의 소지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엔 온갖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취객 보호라는 명분으로 영장 없이 남의 핸드폰을 함부로 들여다보는 건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며 "국가기관이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에 대해, 술에 취했다고 해서 경계를 함부로 넘나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호자에게 연락할 손쉬운 방법이더라도 스마트폰 잠금해제는 용인되기 어렵지만, 다른 순찰 업무 등을 해야 할 경찰이 취객에게 발목 잡혀 있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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