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1학년 성폭행 당한 후 여승돼
- '5월병' 시달리며 병원 전전하며 살아
- 제보한 이지현 씨 "당시 쉬쉬할수밖에.."
- 송영무 장관 논란..불신의 벽부터 허물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지현(5.18민주화운동 부상자동지회 전 회장)
◆ 이지현> 네. 반갑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5.18 당시에 벌어진 무자비한 일들이 청문회라든지 보도 등 여러 루트를 통해서 많이 알려져 왔었잖아요. 성폭행 얘기는 그런데 왜 여태껏 드러나지 않았던 겁니까?
◆ 이지현> 그러니까 제가 1989년 5공 청문회가 열릴 즈음에 자료 수집 과정에서 여고 1학년이 귀가 중에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게 이미 89년 얘기란 말씀이잖아요. 이 이야기를 최근에 하신 게 아니라 89년에 이미 접하신 거예요?
◆ 이지현> 그렇습니다. 피해자의 오빠께서 저희 부상자회를 나오셨는데요. 제가 청문회 나간다고 하니까 "동상, 우리 엄니는 화병이 나버렸고 여동생은 미쳐버렸다마시. 그래갖고 여승이 돼부렸네. 동생이 청문회 가거든 꼭 좀 한을 좀 풀어주소잉." 라고 얘기를 해서 89년 2월에 전라도의 한 식당에서 그 여승과 만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이 이야기들을 접하신 건데 그러면 그때 바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셨어요?
◆ 이지현> 했죠. 했는데 우리 회원들도 믿지 않았고. 5공 청문회 때 이런 것들을 얘기를 해야겠다고 했더니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이 '아무리 악랄하지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지 않겠냐.' 그렇게 하면서 얘기하기를 굉장히 꺼려하더라고요. 아마 당시 사회적 분위기도 그랬고.
◇ 김현정> '이게 지금 지어낸 얘기 아니냐. 이걸 얘기하면 이걸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오히려 얘기했다가 다른 사건들까지 가짜라고 묻힐 수가 있으니까 그냥 우리 참자.' 이렇게 된 거예요?
◆ 이지현> 그래서 제가 여승이 된 뒷모습 그리고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와 노태우의 부인 김옥숙이 환하게 웃는 모습. 이걸 대조시킨 사진을 들고 가서 국민들에게 폭로하려고 그랬는데 제가 하지 못했습니다.
◇ 김현정> 피켓시위라도 하시려고 했는데 못 하셨어요?
◆ 이지현> 그렇습니다.
◇ 김현정> 결국에는 주변에서 말리는 바람에.
◆ 이지현> 말렸고 저도 그냥 강하게 이걸 해야 됩니다라고 사실 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 당시는 묻혔던 겁니다. 묻혔던 것이 이제 사회적 분위기가 되고 또 이 여고생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분들도 하나둘 용기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게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데. 선생님, 그 89년에 집단 성폭행 당했던 그 여고생을 직접 만나신 거예요?
◆ 이지현> 만났는데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말을 못 하고 울더라고요. 고개만 끄덕끄덕. 오빠도 울고 저도 울고 여승도 울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 여승분은 이미 5.18이 일어난 지 9년 뒤니까 성인이 돼서 승려가 된 채 나타난 거였고. 80년 여고생 때는 도대체 어떻게 무슨 일을 당했다고 증언을 하던가요.
◆ 이지현> 그러니까 80년 5월 19일 그날이 광주에 공습을 해서 투입된 날입니다. 그 여학생은 집에 가던 중에 공수부대에게 맞고 납치 당해서 인근 야산으로 끌려가서 당한 것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무슨 시위 도중에 끌려간 것도 아니고?
◆ 이지현> 아닙니다, 아닙니다.
◇ 김현정> 그냥 집에 가는데 군인들 몇 명이 나타났대요?
◆ 이지현> 한 5-6명 됐대요. 그래서 트럭에 실려가서 그렇게 당했고. 혼자만이 아니라 트럭에 실려간 여자들이 한 3-4명 더 있었다고. 짐승만도 못한 놈들인지라.
◇ 김현정> 서너 명도 더 트럭에 실어서.
◆ 이지현> 여자들만 실었답니다.
◇ 김현정> 반항하면 때리고 이러면서 야산까지 끌고 갔다?
◆ 이지현> 그런데 그 이후에 여동생이 울고 웃고 소리 지르고 제정신이 아니었답니다. 집에다 가둬두면 나가버리고 또 며칠간 행방불명이 돼버리고. 그래서 정신병원에도 보내고 교회도 보내고.
◇ 김현정> 그러니까 그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까지 된 거예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집을 나가버리기도 하고.
◆ 이지현> 그렇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런데 지금 이게 이 여고생과 트럭 안에 있던 여성 서너 명만의 일이 아니라 이런 일이 그당시 굉장히 많았다는 게 하나둘씩 드러나는 거잖아요.
◆ 이지현> 그렇습니다. 이제 제가 청문회 가기 전에 이 모양께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또 정신이 나가고 나서 그냥 미쳐가지고 돌아다니다가 분신자살 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사연도 들었고.
◆ 이지현> 최근에 또 들은 얘기인데요. 80년대 중반에 저희 부상자동지회 사무실에 여자분이 신고를 하러 왔더랍니다. 얘기를 들어봤더니 80년 5월 19일날 그때 불타버린 광주 MBC 옆에 목욕탕이 있습니다. 그 목욕탕으로 또 끌려가서 당했다고. 그런 얘기를 접수를 했더랍니다.
◇ 김현정> 이런 식으로 당시에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동안 이거를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뿐이지 굉장히 피해자가 많았다는 짐작이 되네요.
◆ 이지현> 그럴 겁니다. (밖으로 이야기를 꺼낼) 환경을 조성해야 됩니다. 옛날에 위안부 피해자들도 쉬쉬했지 않습니까? 형제, 일가친척에게도 할 수 없는 가슴에나 담아야 될 그런 얘기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그 여고생 피해자의 오빠를 최근에 다시 만나셨다고요.
◆ 이지현> 그렇습니다.
◇ 김현정> 1980년에는 여고생이었지만 지금은 나이 따져보면 중년이 됐을 텐데, 그 여고생도. 어떻게 지낸다고 하던가요?
◆ 이지현> 환속을 했더라고요. 절에서 나왔는데... 생각해 보세요. 수도하는 사찰에서 제정신이 아닌 분이 있으면 그 사찰이 평온했겠습니까? 아마 절에서도 제대로 있지 못하고 쫓겨났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 이지현> 거의 그냥 사람같지 못한 그런 삶을 살았고. 또 정신병원에 두 달만 있게 되면 거기서 오래 있지 못하고 쫓겨나고 하다 보니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그렇게 살았고. 저도 그렇습니다마는 5월 관계자들 5월만 되면 지긋지긋한 5월병을 앓습니다. 그 여성도 최근에 5월병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고요.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 병원에 가도 잘 안 받아준답니다. 어차피 뻔히 아는 거라고 하면서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제대로 치료할 만한 곳도 없고.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해 왔습니다.
◇ 김현정> 5월병이 뭐예요? 5월 되면 환청, 환각 이런 데 시달리고 이러는 게 5월병입니까?
◆ 이지현> 그렇습니다. 저희 5월 관계자뿐만 아니라 광주시민들은 그 당시 악몽 그런 것에 시달리고 있을 겁니다.
◇ 김현정> 그래요. 들으면서도 너무 마음 아프고 믿기지 않고. 그 당시에 그 일로 인해서 삶이 망가져버린 사람들.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게 아닌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여전히 광주에는 말이죠. 이런 제보들을 모아서 국방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성폭력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 이렇게 지금 밝힌 상태입니다. 선생님, 진상 조사에 나설 정부에게 또 아직도 말 못 하고 혼자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 이지현> 저희는 지금까지 첫째 진상 규명, 둘째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솔직히 성폭력을 당해서 그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정부에서 저는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5.18 관련자들의 자살률이 일반 국민의 500배라고 합니다.
◇ 김현정> 500배요?
◆ 이지현> 500배 된다고 하고 실제로 많이 죽었습니다. 5월 가족과 광주시민들을 진정으로 보듬어줬으면 합니다.
◇ 김현정> 어제 송영무 국방장관이 광주에 내려가려다가 반대 의견도 있다, 항의가 있을 거다. 이런 얘기를 듣고 계획을 취소를 했습니다. 가서 불상사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해서.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지현> 어떻게 보면 여태까지 정부를 불신을 했습니다. 심지어 그 여학생 같은 경우는 95년도 검찰 수사 때도 밝혀진 거 없습니다. 환장할 일 아닙니까? 그러니 뭔 진실을 얘기하겠습니까? 어느 정부도 믿지 못합니다.
◇ 김현정> 그동안에 불신의 벽이 상당히 높죠, 사실은. 한순간에 녹기는 힘들죠.
◆ 이지현> 그리고 (송영무 장관이) 내려오기 전에 정말로 그러한 충분한 것들이 돼야만 되지 그냥 언론에 보도되기 위해서 일회성으로 하는 것은 솔직히 저희 역시 반대합니다.
◇ 김현정> 오시기 전에 충분히 소통하고 마음의 문을 연 후에 와서 사과하시고. 이런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불신의 벽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이지현>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성폭력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저희도 관심 가지고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 이지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5.18 부상자동지회 전 회장이세요. 이지현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