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은 오징어뼈를 어디에 썼을까

남도 선조들의 전통지식 2600여건 발굴…자료집으로 펴내

참갑오징어의 뼈를 갈아 지혈제로 사용하는 등 바닷가 생물자원을 활용해온 전남 섬 지역 조상들의 전통지식 2600여건이 발굴됐다.

15일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에서 구전 전통지식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전라남도 신안·진도·완도군 지역 105개 마을에 거주하는 노인 300여 명(평균연령 80.9세)과 면담해 생물자원 386종의 전통지식 2600여 건을 발굴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는 참갑오징어 뼈(갑)을 갈아 지혈제로 사용했는데, 연구진은 참갑오징어 뼈에 있는 탄산칼슘 성분이 지혈제 역할을 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열이 발생하는 탄산칼슘은 혈액의 수분을 증발시켜 혈액을 빠르게 굳게 만든다.


또 미역과 비슷한 해조류인 곰피를 빨래비누로 활용했는데, 이는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는 당이나 지질과 같은 천연 성분이 곰피에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안군 도초·비금면, 진도군 도조·임회면, 완도군 보길·소안·청산면 등 해안지역에서는 벼멸구를 퇴치할 때 고래의 한 종인 상괭이의 기름을 사용해 상괭이 기름에 살충 성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산후조리에 즐겨 먹던 미역국에 소고기 대신 생선 조피볼락을 넣었는데, 실제로 조피볼락에는 칼슘과 단백질 성분이 소고기보다 많이 함유됐을 뿐 아니라 칼슘은 소고기보다 5배 많았다.

완도군과 진도군에서는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순비기나무의 줄기와 잎을 삶아 그 물로 두드러기 등 피부질환을 치료했는데, 이 나무에 풍부한 폴리페놀, 타우린과 같은 항산화·항균 성분을 이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굴한 전통지식 2600여 건 가운데 80종의 동·식물 관련 생물자원 이용지식 174건을 수록한 자료집 ‘남도인의 삶에 깃든 생물이야기’를 이날 발간한다.

‘남도인의 삶에 깃든 생물이야기’는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www.nibr.go.kr) 생물다양성 이북(E-book) 코너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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