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을 쏘든 핵실험장을 폐쇄하든 '한다면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비핵화 약속도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체제보장과 경제제재 해제 등 확실한 보상을 받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풍계리 북부 핵시험장 폐기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동안 이뤄진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ICBM 시험 발사를 중지"하며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어 5월 중으로 북부핵시험장을 폐쇄하겠다는 약속 이행에 나선 것이다.
핵실장 폐기는 갱도들을 폭파·함몰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조선중앙통신은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 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핵시험장 폐쇄와 동시에 연구인력과 경비병력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 과정을 기존에 밝힌대로 언론에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이날 외무성 명의로 국제기자단의 현지 취재 활동 보장과 이를 위한 세부 결정사항들을 공지했다.
북 외무성은 공보를 통해 "북부핵시험장페기를 투명성 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 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자단의 현지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원산에 도착한 기자들을 특별전용열차를 통해 풍계리 핵시험장으로 실어 나르른다는 계획이다.
북한은 "핵시험장이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특별전용열차에서 숙식하도록 하며 해당한 편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국제기자단이 핵시험장 페기 상황을 현지에서 취재·촬영한 다음 기자센터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보장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은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해 국제기자단을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처럼 북부핵시험장 폐쇄 약속이행에 나서고 투명한 폐쇄과정을 보여주겠다며 언론 취재도 적극 허용함에 따라 6월 12일 싱가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공개 폐쇄 소식에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6월 12일 큰 정상회담에 앞서 이번 달에 핵실험장을 폐기(dismantle)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감사하다(Thank you)"라고 환영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양국이, 과거 비핵화 협상때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될 것으로 분류했던 '보유 핵'을 북미정상회담 의제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전 북핵 논의가 핵 동결과 불능화 단계에 이어 그에 대한 검증작업을 거친 뒤 다시 보유 핵 논의를 하겠다는 프로세스였다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폐기를 우선순위로 북미가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사전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 측에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상당 부분을 조기에 국외 반출토록 요구했고, 북한 측이 이 제안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대선이 치러질 2020년까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염두에 두고, 북한 핵 프로그램은 물론 보유 핵까지 담판을 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안전과 체제만 보장되면 우리가 왜 핵을 가지고 고생을 하겠냐'면서 북부핵시험장 폐쇄로 비핵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미국과 통 큰 합의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