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최덕례 할머니가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성노예 피해 생존자는 이제 28명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사라져가는 피해 여성들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전시회들이 열리고 있어 소개합니다.
이빛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열아홉의 나이로 중국 소재 일본군 강간소에 끌려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고향에도 돌아오지 못한 고(故) 이수단 할머니.
당시의 상처로 아이를 임신할 수 없게 된 할머니가 평생 바라던 아기 대신 인형을 끌어안은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고(故) 이수단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전을 개최한 안세홍 사진가는 지난 2013년부터 한국과 중국,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생존자들을 찾아가 피해 증언과 사진을 남기는 이른바 '겹겹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안세홍 사진가가 만난 피해자들의 증언 영상이 최초 공개됐고, 아시아 지역에 남아있는 강간소 건물 모습과 각국의 피해 상황을 기록한 전시물이 함께 걸렸습니다.
[인터뷰] 안세홍 사진가 / 겹겹 프로젝트
"한일 간의 역사로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실제로는 아시아태평양 연안의 20-30여개의 나라에 그 피해여성들이 있었고 이 문제가 아시아 전체의 문제로서 전쟁과 인권문제로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회에 공개된 피해 여성들은 모두 75명으로, 안세홍 사진가를 만난 후 벌써 절반가량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터뷰] 안세홍 사진가 / 겹겹 프로젝트
"한 피해자는 마을 앞에서 들어가기 전에 전화를 했어요. 전화를 했더니 세 시간 전에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또 어떤 분은 제가 만난 지 며칠 만에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돌아가시고 있는데..."
안세홍 사진가는 "앞으로도 새로운 피해자들을 찾아 기록을 남기고, 생존자들의 의료복지를 지원하는 일에 힘쓸 계획"이라며, 국민들의 동참을 당부했습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 최초 증언자에 집중한 전시회도 열렸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부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개관 6주년을 기념해, 최초로 성노예 피해 사실을 고백한 여성들의 증언과 삶을 조명한 특별전시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에서만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이 한 달에 한 명 꼴로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남겨야놓아야한다는 생각에섭니다.
[인터뷰] 서하람 학예사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할머니들이 시간이 가면서 많이 돌아가시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제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안 남았어요. 그래서 그 증언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보자 해서 이제 만들게 된 전시고요."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피해자들의 증언 과정을 살피는 1부와 김학순 이전에 언론에 드러난 증언들을 다루는 2부로 나뉘어 구성됐습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는 또,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생애와 여성인권운동사를 돌아볼 수 있는 상설전시와 함께 관람객들이 전쟁 성폭력 문제 근절에 동참 의지를 다질 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CBS뉴스, 이빛나입니다.
[영상취재] 정용현 [영상편집] 김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