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5월 국회 파행이 해소되지 않
자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저부터 책임지는 자세로 4월 세비를 반납하고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일부 정치인이나 일부 언론에서도 국회의원 세비반납을 주장하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50건의 세비반납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왜 툭하면 국회의원 세비반납 얘기가 나오는 걸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먼저 국회의원들이 정말로 세비를 반납한 전례가 있나?
= 없는 건 아니지만 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국회 대변인실에 역대 세비반납 사례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세비반납 문제는 개인
정보여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 국회의원이 선출된 국민의 대표인데
그게 비공개 할 사안이냐? 라고 다시 물었더니 "공식적인 자료는 당사자 동의 없
이는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국회의원들은 매번 회기마다 원구성이 늦어졌고 그럴 때마다 세
비 반납 얘기가 나왔다.
- 언제 누가 반납했나?
= 제대로 세비를 반납한 사례는 천정배 의원이 유일한다. 18대 국회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시키자 국회의원 사퇴를 선언하고 의정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1년치 세비 1억2천여만원을 반납했다. 천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할일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비 반납을 했다"고 말했다.
18대 국회가 출범한 2008년에는 여야 대치로 국회 개원이 지연되자 한나라당 초선
의원 33명이 1인당 평균 720만원의 6월 세비를 모아 결식아동을 돕는 데 썼다.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에도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27일이나 넘겨 늑장 개원하자
새누리당은 의원 총회를 거쳐 6월 세비 전액을 반납하기로 결의하고, 이에 동의한
의원 147명의 세비 13억6천만원을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기부했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지난 2016년에는 국회 개원이 법정 기한보다 이틀 늦어지자
국민의당이 총대를 메고 소속 의원 38명의 이틀 치 세비 2천872만원을 국회사무처
에 반납했다.
= 여당이나 야당 가리지 않고 세비반납을 언급하는 사례가 차고 넘친다.
2014년 9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민을 위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에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으로 정기국회가 공전을
거듭하자 내놓은 발언이다.
2012년 안철수 대선경선 후보가 진주에서 "국회의원 세비가 작년 대비 16% 인상됐
다. 세비가 올라서 국회가 일을 더 잘 하시냐"고 반문하면서 "국정감사 때 (열심히) 국감하지 않은 의원들은 자진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는 2017년 9월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한국당의 반대로 결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어겼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가결 시한도 한참
넘겼다"면서 "국회 개원 후 발의된 법안의 7.7%만 처리됐다. 법안 처리 시한을 정
해 특권을 내려놓고,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예정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세비라
도 반납하자"고 주장했다.
2008년 6월에는 당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언론인터뷰에서 "근로자가 무단 결
근을 하면 퇴출당하고 학생이 무단 결석을 하면 퇴학을 맞는다. 국회의원들이 등
원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현명한 국민이 판단해주길 바란다"며 세비반납에 동
조하는 발언을 했다.
-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국민 약속을 하지 않았나?
=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옛 새누리당 소속 20대 국회의원 후보 56명이 "2017
년 5월31일까지 5대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치 세비를 기부형태로 반
납하겠다"고 약속하고 신문광고까지 냈다.
그렇지만 결과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총선에서 '세비 반납'까지 공약했지만 새누리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대국
민 계약에 서명한 56명 가운데 31명만이 20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총선 당시 서약에 동참했던 바른정당 의원 6명(김무성, 정병국. 오신환, 유의동,
지상욱, 홍철호)은 1년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점을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지키지 못할 포퓰리즘 공약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앞으로 신뢰의 정치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개를 숙였다.
자유한국당 의원 26명은 1년뒤 약속을 지켰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만료 하루 전
에 졸속적인 법안발의를 하는 등 꼼수로 반납약속을 빠져나갔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세비반납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던데?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세비반납 청원이 50건이 진행 중이다.
몇 개를 소개하자면 "저는 46살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저는 어제..오늘 회사에
출근해서 뼈빠지게 일했습니다. 어린이날..어버이날에 자식들과 어머니께 선물도
못했습니다. 저는 저의 월급에서 공제된 세금이 일하지 않는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지 않도록 법개정을 해주세요. 너무 화가 납니다. 노동자들은 무노동 무임
금 이죠? 그런데 그런 법을 입법하고 통과시킨 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왜
월급을 받는거죠? 저는 세금을 빠짐없이 내고 있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여야 국회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세비를 회수토록 조치를 취할것을 당당하게 청원합니다."는
청원이 있었다.
"국회파행이 계속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의 세비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
다는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길 없습니다.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 아닌가요? 국회 파
행상태에서는 세비지급 반대합니다"는 청원도 있었다.
또 "4월부터 5월 지금까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폄하와 청년일자리추경
등 산적한 민생법안등 현안을 외면한채 드루킹특검이 세상모든 것인양 국회밖에서
일하지 않고 있는 한심한 국회의원들에게 세금으로 급여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
각하고 힘들게 오늘을 버티고 있는 서민들의 바램을 외면하고 지방선거을 염두에 둔 꼼수 전략에만 몰두하며 국민의 바램을 외면하고 있는 야당 국회의원들에 대하여 무노동 무임금원칙에 입각하여 세비 반납을 청원합니다"는 청원도 있었다.
모든 청원에 천여명 미만이 동의하고 있지만 국민여론이 따갑다는 걸 보여주는 장
면이다.
= 첫 번째는 제일 쉬운 방편이기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도, 2일부터 열린 5월 임시국회도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법안 처리는 한 건도 없었다. 국민들에게 뭐라도 내놔야 하는데 내놓을 게 없으니까 '세비반납'을 주장하는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처럼 국회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기위해 고육지책인 경우도 있지만
세비반납을 주장하는 국회의원은 유권자들이 다시 따져봐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세비를 지급하는 건 일하라고 주는 것이지 반납하라고 주는 게 아니다.
두 번째는 언론들이 세비반납 주장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5월 7일자 연합시론에 "국회 공전이 계속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의
원 세비를 반납하도록 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게 국회를 향해 성
난 민심이다."는 대목이 있다. 국회파행이 이어지면 언론들은 국회정상화를 촉구하면서 '세비반납'을 주장하거나 '특권내려 놓기'를 촉구한다.
언론으로서야 손쉬운 비판의 수단이지만 결국은 정치를 희화화 하고 정치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세비반납을 주장하는 건 정치를 희화화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주장보다는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국회 스스로 개혁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세비가 적은 돈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세비는 국민의 대표로
서 제대로 일하라고 주는 것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세비반납은 정치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면서 "세비반납 같은 표풀리즘적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정치구조를 바꾸고 정당제도를 바꾸고 그런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그래도 일을 안하면 세비라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국민들이 오죽하면 세비를 반납하라고 하겠나? 그렇지만 국회의원의 일이 회의
에 참석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불신이 쌓이면 누구에게 이로울까? 서민이나 소외계층에게는 좋을게 하나도
없다. 국회가 입법을 통해 사회구조를 바꾸고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국회가 공전
되고 정치불신이 쌓이면 기득권층에 유리해진다.
최창렬 교수는 "정치가 희화화 되고 정치불신이 커지면 사회를 바꿀 수 없다"면서 "정치의 실종은 기득권자에게 더 좋고 약자나 소외층에게 불리하다. 언론 등에서 정치를 과도하게 비판하면 국민들은 맹목적으로 정치나 국회를 나쁜걸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원혜영 의원은 "정치를 하다보면 본회의나 상임위원회도는 쟁점이 있을 경우 보이콧 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법안심사 소위는 상시 가동이 되어야 한다. 국회법에도 그렇게 규정돼 있으니 그래야 그럴(본회의나 상임위 보이콧)때도 국민에게 변명도 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세비반납은 그렇고 회의에 1/4 이상 참석하지 않으면 회의수당이 자동 삭감되도록 할 필요는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