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고 있는 A씨가 현직 기자인 B씨에게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목된 B씨는 지역 방송국 기자로 올해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23년 만에 나온 '미투' 폭로다.
A씨는 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995년 대학 동아리 엠티 술자리에서 선배가 가져온 양주를 받아 마시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통증이 느껴져 눈을 떠보니 대학 동기였던 B씨가 강제로 키스를 하고 있었다"며 "이어 제 옷에 손을 넣어 곳곳을 추행하는데 당시 큰 충격에 휩싸여 아무런 생각도, 저항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너무 어린 나이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조차 못 했다"며 "그 일로 인해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갔고 죽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하루하루 괜찮은 척 20대 초반을 그렇게 보냈다"고 호소했다.
사건 이후 A씨는 B씨로부터 사과는 물론 그 어떤 언급 조차 듣지 못했다.
◇ 사건 이후 B씨는 지역 기자 돼…성희롱 당한 아이들 취재도
성희롱당한 아이들을 인터뷰해 보도하던 B씨의 모습을 보면서 A씨는 분을 삭이기 힘들었다.
가슴 한켠에 묻어뒀던 23년 전의 일은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A씨를 다시 흔들어 깨웠다.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하며 B씨가 다니는 방송국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처벌을 요구했다.
익명으로 방송국 제보란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지 다음날 오전 9시경 B씨로부터 불쑥 연락이 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A씨가 B씨의 번호를 차단하자, B씨는 "늘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카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엄연한 2차 피해였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수신을 차단하고 해당 방송국에 항의했다.
그러자 해당 방송국 보도국장이 사과를 해왔다. "B씨가 지인을 통해 A씨의 번호를 받아 연락을 취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방송국 측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B씨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고 한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던 A씨는 지역 언론사 기자들 4명에 피해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사화가 안됐다.
이 사건을 파악중인 이 지역 언론단체 관계자는 1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방송국에서는 A씨와 B씨의 일이 입사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 처벌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씨에 대한 징계를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되레 동료 기자들이 전화해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인데 왜 문제 삼느냐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미투 폭로를 한 이후 3개월동안 방송국도 B씨도 최소한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B씨는 애초부터 기자자격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자상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당시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A씨가)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노무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했기 때문에 인사위원회에서도 징계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이어 "인사위원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A씨가) 문제를 제기했다"며 "법적인 문제까지 검토했지만, 회사측에서는 마지막으로 대화할 기회를 가져보자 해서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