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지금 매일 접견을 가지만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올 수 있는 건강상태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어 "증거조사 기일을 14일 갖는 것은 피고인이 사실 여기(법정)에 나와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 안 한다"며 "불출석해서 증거조사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모두 동의하고 입증취지를 부인했다. 통상 검찰의 증거에 피고인이 동의할 경우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증거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가족과 측근이 모두 증인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부담감을 줄이는 동시에 법리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증거를 동의하면 증인신문 절차가 없어지는 까닭에 재판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결국 핵심 측근들과 법정에서 마주하는 장면을 피하는 동시에 1심 최대 구속기간인 6개월 내에 재판을 마치겠다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앞으로 진행될 재판 14차례 동안 검찰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증거에 대한 법리공방을 벌이게 된다. 따라서 법조인이 아닌 이 전 대통령이 굳이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금 당황한 듯 헛웃음을 지으며 "불출석 허가를 구하시는 건가요"라며 "일주일에 세 번, 네 번도 아니고 두 번인데 그것도 어려우신가요"라고 물었다.
재판부는 이어 "되도록 한 시간 마다 10분 정도 휴식하는 것으로 하겠다"며 "증거조사 기일도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는데 (피고인과) 상의해서 말씀해주시면 그때가서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지금 (구치소) 의무실에서 당수치가 높게 유지되니까 외부진료를 권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특별대우 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자꾸 고집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는 첫 공판기일인 23일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와 지난 20대 총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후 건강을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