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 열면 미세먼지, 닫으면 라돈 걱정"
미세먼지에 민감해 공기 정화에 좋다는 고무나무를 지난달 집에 들여놨다는 주부 이혜정(50)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화분 흙에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될 수 있다는 글을 읽고 직접 구매한 기기로 측정해봤다.
집안 실내 공기 자체 측정 결과는 8.5pci/ℓ(314.5(Bq)/㎥).
환경부의 실내 공동주택 라돈 기준인 200(Bq)/㎥을 약 1.5배 넘어선 것이다.
얼마 전 분갈이를 해준 화분 속 배양토를 직접 측정해보니 수치가 더 높은 15.1pci/ℓ 이었다.
비전문가의 간이 측정인 만큼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기준치를 웃도는 수치에 불안한 이씨는 꽃집에 들러 화분을 환불 받고, 이런 사실을 알렸다.
이씨는 "전문가들은 라돈을 피하려면 환기를 하라고 하는데, 환기를 하자니 미세먼지가 걱정이고 창문을 닫자니 라돈이 걱정"이라며 "진퇴양난"이라고 했다.
◇ 화분 속 마사토가 원인일 가능성…정밀 측정 필요
이씨가 분갈이를 위해 사용한 배양토는 꽃이나 관상용 나무를 키우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섞어 만든 흙이다.
보통 뿌리를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마사토를 섞는데, 전문가들은 마사토를 라돈 발생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라돈은 화강암에서 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마사토가 화강암이 풍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배양토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소식을 들어서 정확한 측정을 위해 관련 기관을 수소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라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포대 보건행정학과 박경북 교수는 "환기가 어려운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면 라돈에 의한 피폭이 크게 늘어나므로 인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돈은 WHO(국제보건기구)와 EPA(미국 환경보호국)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지난 2014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폐암 사망자 중 12.6%가 실내 라돈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정부가 공산품에 대한 라돈 기준을 만들고, 실내 라돈 저감 방법을 내는 등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