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노동자상 철거 명령' 전달…긴장 고조

부산 동구청 "23일까지 노동자상 철거 안 하면 행정대집행"
관계부처 장관들 "노동자상 의미있는 장소로 옮겨야"
시민단체 현재 장소 설치 방침 재확인…조만간 대응 방침 결정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에 설치된 강제징용노동자상. (사진=송호재 기자)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강제징용노동자상과 관련해 관할 지자체가 철거 명령을 내리고 정부가 관련부처 장관 명의로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전방위적인 행동에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회의를 통해 공식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라 노동자상이 설치된 일본 영사관 인근에 또 한 번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 동구청은 8일 부산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에 일본영사관 인근 도로에 설치된 노동자상을 자진 철거하라는 내용의 '원상회복명령' 공문을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동구청은 이 공문에서 일본영사관에서 50여m 떨어진 인도에 설치된 노동자상이 통행 문제 등으로 시민 불편을 야기한다며 23일까지 노동자상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동구청은 예고한 날까지 노동자상을 옮기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로 이를 철거하겠다고 예고했다.

구청은 외교부가 공식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협조 공문까지 보낸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철거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노동자상이 도로기능을 방해하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부산시와 동구청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동구청 관계자는 "원상회복명령을 통해 23일까지 인도에 설치된 노동자상을 자진해서 가져갈 것을 명령했다"며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여러 차례 협조 공문까지 보낸 상황에서 기초단체가 이를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노동자상 관련 4개 부처 장관 명의로 노동자상을 더욱 의미있는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현재 추진단체측이 설치하고자 하는 위치보다는 희생자분들의 추모와 후세의 역사교육에 더욱 부합하는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강제징용역사를 잊지 말고 직시하자는 의미에서 노동자상 건립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할 시기인 만큼 추진 단체가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노동자상을 두고 기초단체는 물론 중앙 정부까지 행동에 나섰지만, 시민단체는 여전히 현재 위치에 노동자상을 세워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공문을 통해 명령과 입장이 전달된 만큼 9일 오후 관련 단체 회의를 거쳐 대응 방침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 김병준 운영위원장은 "동구청의 철거 명령이 공문을 통해 전달됐다. 노동자상을 현재 위치에서 옮길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구청이 공식적으로 명령을 전달했기 때문에 회의를 거쳐 입장과 대책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립추진위는 지난달 30일 부산 동구 일본 영사관 후문 평화의 소녀상 앞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설치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결국 노동자상은 애초 설치 예고 장소인 일본 영사관 후문에서 50m가량 떨어진 지점에 설치됐고, 시민단체는 경찰이 불법·폭력 진압으로 노동자상을 막아섰다며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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