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교수는 8일 밤 방송된 채널A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에 출연해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를 소개했다.
"경찰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바로 그날(5월 4일), 대한항공 직원 350여명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왔다. 특이한 것이 검은색 계열 옷에 저항을 뜻하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가면(가이 포크스)을 쓰고 나왔다는 점이다. 신분을 가린 것이다."
그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직원들이) 조양호 일가의 완전한 퇴진을 요구하기는 했는데, 실제 퇴진 가능성은 미지수다. 사실 굉장히 힘들다"며 "왜냐하면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는 이상, 이 사람들(조양호 일가)이 지분을 다 확보(2017년 9월 기준 조양호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 24.79%)하고 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쫓아낼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원들이 직접 움직였고 오프라인으로 나왔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동안 온라인에서도 자기 정체를 숨겼잖나. 카톡방에서도 제대로 말 못하고 관리자하고만 소통했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시위에 참가한 직원들이) 가면을 썼다는 의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진단을 이어갔다.
"여태까지 '노동탄압 반대' '노조와해 반대' 등 수많은 시위들이 있었는데, 가면 쓰고 나온 사람들은 없었다. 가면을 쓰고 나왔다는 것은 대한항공 내 노동탄압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사회 갑질 문제를 논하면서 진 교수는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제게 대한민국에서 나쁜 사람은 딱 두 사람 있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뿐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이 사람들 권력이 유지되는 데는 온 사회에 조그만 전두환과 노태우들이 널려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게 미시권력이다. 이 사람들(조그만 전두환·노태우)이 저 사람들(전두환·노태우)을 지지하기 때문에 권력이 유지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이제까지 거시권력에만 신경썼잖나. 그래서 독재타도, 문민화 등등 해서 거시권력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됐다."
그는 "이제 정치적인 민주화가 사회적인 민주화로 번져 나가고 있다"며 "이른바 '갑을'이라는 말이 딱 그렇다. 법적·정치적으로 평등한데 실질적으로는 하나도 평등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사회 곳곳에 있는 갑을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갑질이다. 쉽게 말하면 을인 사람이 갑의 위치에 가면 갑질을 한다. 우리가 이 전체를 반성하고, 이러한 기제를 없애 나가는 데 우리나라 민주화의 마지막 과제가 있지 않나 싶다."
진 교수는 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계약을 맺는 것이잖나. 노동력을 파는 것이지 인격을 파는 것이 아니"라며 "그런데 저들(사용자들)은 노동력을 사면서 인격 전체를 산 것처럼 해서 머슴 부리듯이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