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 여야 '방송법' 처리 시도 반대하는 이유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국회 아닌 국민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6개 언론시민단체가 주최한 '방송법 개정은 시민의 힘으로! 정치권은 공영방송에서 나가라!'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언론노조는 지난해 8월에 이미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촛불시민이 주인이 되는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 정치권은 언론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_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을 포함한 시민단체 26곳이 공동 주최한 '방송법 개정은 시민의 힘으로! 정치권은 공영방송에서 나가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긴급'하게 잡힌 것이었다. 지난 6일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민주당 특검 수용 시, 자유한국당은 바미당이 제시한 특별감찰법·방송법 등 민생현안 입법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언론노조는 "각 정당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나누어 주고, 사장 추천을 정권 견제의 수단으로 만드는 법안이 민생법안인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법안을 민생법안이라 말하는 정당이 과연 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답하라"라며 김 원내대표의 제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언론시민단체가 국회의 방송법 처리에 항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처럼 정당이 '나눠먹기식'으로 가져갔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 시민에게 돌려야 하기에, 방송법을 여야가 졸속 처리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여야는 지난달 20일 방송법 개정 잠정 합의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KBS-MBC의 공영방송 이사 수를 13명(KBS이사회 현재 11명,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현재 9명)으로 하고,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진 추천 비율을 2/3에서 3/5로 수정하는 게 골자다. 이번에도 시민의 의견이 반영될 통로는 딱히 마련돼 있지 않다.


언론노조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4일 발표한 '방송법 개정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7%가 '관례였던 정당 추천 방식을 폐지하고 국민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국회가 추천하는 방식을 유지하되 야당 추천 이사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답은 14.8%에 그쳤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4일 '방송법 개정 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그래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정치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이미 과거 방송법(2016년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내세운 안) 폐기를 주장했던 점을 언급하며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역사적인 결정이자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판문점 선언, 국민 10명 중 7명이 공영방송 이사의 국민 추천을 요구하는 방송법 개정 등은 국회 정상화 이후의 절차이지 그 조건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는 몇 달째 박근혜 탄핵 이전에 발의되었던 낡은 방송법 개정안을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방송법은 각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참여 방안을 논의할 사안이다. 오늘 몇 시간의 ‘협상’에서 결론을 내리고 정상화시키는 국회는 결코 정상적인 국회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작은 촛불 시민과 언론 노동자였고, 그 매듭도 촛불 시민과 언론 노동자들의 몫이다. 지금 당장 국회는 방송법 개정안 논의를 중단하라. 촛불시민과 언론 노동자가 만든 방송과 언론의 정상화에 국회의 무임승차는 결단코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는 결렬됐다. 드루킹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 동시 처리 여부, 방송법, 민생법안 처리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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