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9회말 5-4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9회초 1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9회말 정훈의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14승18패가 된 롯데는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7위 KIA(14승17패)에 0.5경기 차로 따라붙어 중위권 도약 희망을 이었다.
전날 '실책 악몽'을 극복한 승리였다. 롯데는 2일 실책을 무려 6개나 범하며 6-12로 졌다. 실책 5개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조원우 감독도 "4회 구승민의 포구 실수가 아쉬웠다"면서 "2루수 앤디 번즈가 호수비를 해줬고, 이닝을 마무리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다"고 입맛을 다셨다.
이날도 롯데는 실책에 흔들린 모습을 보였다. 3일 경기를 앞두고 김기태 KIA 감독은 "오늘은 날씨도 춥고 바람도 부는 데다 땅도 질어 실책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연 두 팀 모두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일단은 롯데가 먼저였다. 롯데는 1회 손아섭의 솔로포로 기분좋게 출발했지만 5회초 아쉬운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1사 1루에서 이명기의 비교적 쉬운 땅볼을 1루수 이대호가 놓치면서 1사 1, 2루가 됐다. 제대로 처리가 됐다면 병살타까지는 쉽지 않아도 2루로 뛰는 주자는 잡을 만했다.
이에 다소 흔들린 걸까.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는 후속 김선빈에게 좌중월 3점 홈런을 맞았다. 단숨에 롯데가 1-3으로 밀리게 됐다. 레일리의 자책점은 3개가 아닌 2개로 기록됐다.
그러나 롯데는 다시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3-3으로 맞선 9회초 2사 1, 3루에서 김선빈의 빗맞은 땅볼을 3루수 신본기가 맨손 캐치하려다 놓친 것. 물론 타구가 느려 제대로 잡아 송구했다고 해도 아웃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기록도 내야 안타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3루 주자가 들어와 3-4로 역전을 당해 아쉬움은 더 컸다. 롯데로서는 자칫 전날 패배의 기억이 떠오를 만했다.
하지만 롯데는 전날의 전철을 밟지는 않았다. 9회말 1사에서 전준우가 KIA 마무리 김세현으로부터 안타를 뽑아냈고, 손아섭이 볼넷을 골라내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7회 이병규의 대주자로 나섰던 정훈이 우중간을 가르는 통렬한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끝냈다.
정훈은 전날 9회 3루수로 이동한 뒤 송구 실책을 범해 실점으로 연결된 바 있다. 전날의 아픈 기억을 날린 짜릿한 한 방이었다.
이런 가운데 진명호는 제 역할을 해냈다. 돌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롯데는 7이닝을 던진 레일리, 8회를 막은 오현택에 이어 손승락이 9회 등판했다. 9회말 역전을 노릴 참이었다. 그러나 손승락이 2사 1루에서 이명기의 타구에 오른 무릎을 맞고 경기에서 빠지게 됐다.
롯데는 급히 마운드에 진명호를 올렸다. 2사 1, 2루의 위기 상황, 진명호는 비록 김선빈에게 내야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아니었다. 아쉬운 실점을 했지만 진명호는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로저 버나디나를 2루 땅볼로 막아내 이닝을 마무리했다. 갑작스러운 등판에 자칫 흔들릴 수 있었지만 9회를 선방한 셈이었다.
결국 롯데는 9회말 정훈의 극적인 2루타가 터지면서 승리를 거뒀다. 9회 위기를 넘긴 진명호의 역투가 발판이 됐다. 진명호는 2009년 입단해 지난해까지 3승5패 1홀드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벌써 4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6으로 활약 중이다. 박진형이 빠진 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다.
실책 악몽과 부상자들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했던 롯데. 그러나 3일 경기에서 이런 악재들을 극복해내며 값진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