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대북전단 살포, 표현의 자유일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서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탈북자단체는 남북정상간 합의가 진정성 없는 북한의 대화 공세, 평화 공세일 뿐이라며 어린이 날인 오는 5일 대북 전단 30만 장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했다.

탈북자단체와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정말 표현의 자유일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 일부 탈북자 단체에서 내일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는 거냐?

= 그럴거라고 한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5일 예정대로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대북전단 30만 장을 날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번 대북전단 살포는 제15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차원에서 하는 행사이기도 하다"면서 "행사 마지막날 폐막식이 전단보내기 행사"라고 설명했다.

▶ 바람의 방향이나 그런걸 감안한 거냐?

= 박상학 대표에게 바람의 방향이나 그런걸 검토했느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바람방향 그런 차원이 아니라 (대북전단살포를)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라면서 "대북전단을 적폐하고 했는데 적폐냐 아니면 정의냐? 그런 싸움이기 때문 (강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정부에서는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나?

= 그렇다. 통일부가 '대북전단지 살포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통일부는 1일 밝힌 '대북전단 관련 정부의 기본입장'에서 "남북정상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5월 1일부터 전단 살포를 포함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러한 합의 취지를 감안해 민간단체들도 대북전단 살포 중단에 적극 협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전단 살포 중단은 군사적 긴장 완화 뿐만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의 신변안전과 사회적 갈등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민간단체의 대승적인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사진=자료사진)
▶ 그런데도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다는 거냐?

= 그렇다. 박상학 대표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요청 받은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통일부에서 자제하라고 한다고요? 웃기고 있네. 난 한번 들은 적도 없는데? (권영철) 그래요? 누구도 박대표님한테 자제하라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한 사람도 없죠. 정부에서 김정은이라는 절대악하고 밀담한 거지, 그걸 무슨. 탈북자 단체하고 약속 맺은 것도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발표했으니까 예정대로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대북 전단살포가 '표현의 자유'라고 했는데 표현의 자유가 맞는거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대북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라는 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해당되는 사안인데 무슨 근거로 이를 막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언급한 '법원의 판결'이란 탈북자 출신인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 2003년부터 북한 쪽으로 전단을 날려왔는데 군과 경찰이 막아서 못 날린 날이 있었다. 그래서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1심판결이 2015년에 있었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2016년 3월에 있었다.

1심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한 방법으로 인정되나, 북한에서 고사포를 쏘아 그 포탄이 민통선에 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제지 등은 위법하지 않다"며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법원에서 항소기각,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된 사건이다.

▶ '표현의 자유의 한 방법이긴 하지만 제한 할 수 있다'는 거냐?

=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천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4항에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제37조 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된다는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다른 근거가 있나?

= 헌법을 능가하는 근거는 없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월 19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미국의 인권단체와 함께 대북전단을 살포했는데 당시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으로, 국내 및 국외 민간단체의 전단살포는 모두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서 이를 강제로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에서 정치적 활동을 못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역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2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한국 정부가 이를 저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다만 "접경지역 주민 등 국민에 대한 안전 조치가 전제된 상태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통일부에서는 남북 정상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했으니 중단해 달라는 입장이다.

▶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그로인해서 접경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는 일 아니냐?

= 그렇다. 2014년에는 북에서 대북전단용 풍선을 향해 발포를 했고 포탄이 남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또 전단을 날릴 경우에는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래서 국회 국정감사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일부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적행위'라고 비판한다.

접경지역인 파주 막골 김형도 상인회장은 "내가 지금 70인데, 지금까지 분위기가 제일 좋게 되어가는 시기잖아요. 그런데 지금 전단지를 뿌린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 아니에요. 이게 이적행위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사람들은 국가를 위해서 한다고 하지만. 그거는 국가를 위해서 하는게 아니죠. 자기를 위해서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북측에서 조준사격 엄포를 놓은 뒤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 탈북자들은 전단을 살포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단체는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단체나 개인들은 북미회담까지는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히려 전단 살포를 강행하려는 박상학 대표를 '가짜'라고 비판한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원래 그 사람은 사기성이 있는 사람이에요. 볼 권리, 알 권리, 순수한 인도주의 인권 운동인데. 이걸 자꾸 네거티브화하고 정치색채화하고 이벤트화해서요. 그것도 풍향도 안맞는 날 공개적 장소에서. 그래서 이미지가 적대행위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놓은 거에요. 그래가지고 지역주민들은 불안하고, 이 사람은 이걸 또 유도하는 거에요"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에대해 "자기가 하는 건 괜찮고 남이 하는 거는…, 더 말 안하겠다. 같은 일 하면서 나이들어가지고…" 그렇게 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후원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이며 실제 북한으로 가는 전단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기도했다.

하태경 의원은 "2014년 7차례의 대북전단 살포 중 국내에서 전단이 수거된 것은 모두 네 차례"라면서 "지난 1월 경기도 파주에서 살포한 전단은 당일 용인에서, 지난 10월에 뿌린 전단은 이튿날 평택에서 발견됐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살포된 전단들도 의정부와 여주에서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하 의원은 대북전단이 북으로 가지 않을 걸 알면서 살포하는 것은 후원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으니까 기다려 볼 때 아닌가?

= 탈북자들도 그런 입장이 많았다.

NK지식인연대 도병학 전 사무국장은 "그 자체는 필요한 일입니다. 그걸 아주 그만두게 하고 못하게 하는 건 안되죠. 그런데 정세가 이렇게 회담이 진행되는 상황 하에서는, 아직 북미회담도 예견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미회담 때까지는 미뤄보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국민정서 고려해서 한번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한미 군사훈련도 중단하는 판이니까 북미회담 결과까지는 좀 지켜보는게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일성대 출신으로 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탈북인사는 "민간차원의 대북 전단살포는
내버려 두는게 옳다고 본다"면서도 "북한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는 인권문제도 기대해 보면서 조금 기다려 볼수도 있겠다. 북미회담까지는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려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4월 10일부터는 중단했다. 자제해 달라고 해서 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도 정상회담에서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제요청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아무리 조용히 날린다 해도 이 정서상 저도 한발 물러나지만 그러나 앞으로도 이걸 계속하지 말아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것이 북한 주민을 향한 유일한 언론과 같은 것이고 북한 언론이 개방될 때까지 이건 해 줘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페이스북에 "김정은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왜 그 말을 꺼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신뢰의 시작점이다. 신뢰가 쌓이면 변화는 나중에 이뤄질 수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

주성하 기자는 "북한 인권 외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10년 넘게 외쳐봐야 뭐가 달라졌나. 오히려 북한의 인권상황은 점점 더 악화만 돼갔다"면서 "하지만 북미수교를 이루게 되면 북한은 탄압의 이데올로기를 잃게 된다. 그러면 인권 상황이 점점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북한 인권이 걱정되는 사람들이야 말로 지금의 역사적 변화를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으로 막나?

= 정부의 방침은 최대한 설득하는 것이다.

통일부에서는 "앞으로 정부는 민간단체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유관부처 합동으로 대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지역주민의 신변안전에 위협이 되거나 사회적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경찰이 개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한 차단이나 강제적으로 중단시키기 보다는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핵심관계자는 "탈북단체들과 대화하고 환경을 얘기하고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부분까지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할 수는 있지만 나머지 차단하고 그런 부분은 경찰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경기북부경찰청에서도 마지막까지 최대한 설득해서 자제 시킨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조금 다른 의견도 있다.

대북전단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허위사실을 대북전단으로 살포할 경우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에 나서기는 어렵겠지만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수사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보도한 산께이 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고소하지 않았지만 제3자가 고발해서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이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개인이나 단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신해서 고발할 가능성이 없지만 표현의 자유라고해서 무한하게 허용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안상운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가 허위의 사실까지도 허용하는 건 아니다. 반의사 불벌죄"라면서 "모욕죄나 사자명예훼손은 친고죄다. 고소가 있어야 한다.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상속인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지만 명예훼손은 반의사 불벌죄니까 누구라도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실제로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대표적인사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의혹과 관련해서 산께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고발이 있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고소한게 아니라 제3의 단체가 고발하는 형식으로 검찰이 수사해 기소했다. 똑 같이 적용시킨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영관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는 수사가 가능하지만, 명예훼손이 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도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지금은 탈북자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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