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믹스나인'…남은 건 상처뿐

5개월간 땀과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남은 건 상처뿐이다.

'믹스나인' 우승팀의 데뷔가 최종 무산됐다. 3일 우승팀에 속한 한 멤버의 측근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말까지 YG엔터테인먼트와 각 기획사 관계자들이 만나 논의를 했으나 끝내 의견조율에 실패했고, '믹스나인' 우승팀이 데뷔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믹스나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JTBC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엠넷 '프로듀스101'을 이끈 한동철 PD를 영입한 YG엔터테인먼트(YG)가 직접 제작에 나서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은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직접 전국 70여 기획사를 찾아 400여 명의 연습생을 대상으로 새로운 스타 발굴에 나선다는 콘셉트로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프로젝트 보이그룹으로 활동할 9명의 멤버(우진영, 김효진, 이루빈, 김병관, 최현석, 송한겸, 김민석, 이동훈, 이병곤)가 선발됐다.

'믹스나인' 우승팀은 지난달 데뷔 앨범을 내고 4개월간 활동을 펼칠 예정으나, 데뷔가 차일피일 미뤄졌고, 끝내 데뷔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우승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참가자인 우진영은 지난 2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무척 기대되고 설렌다"며 "데뷔 이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못다 보여준 매력을 드러내고 싶다"고 밝혔으나 그 바람은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믹스나인' 우승팀의 발목을 잡은 건 프로그램의 흥행실패와 YG의 갑작스러운 말 바꾸기다. 애초 데뷔 프로젝트의 '키'를 쥐고 있던 YG는 '믹스나인' 우승팀의 해외 투어를 준비했다. 전 세계 10여개 지역에서 무대를 갖게 한다는 청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기대만큼 화제를 모으지 못해 투어 일정을 잡기 어려워지자 YG는 계획을 전면 수정 계약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3년으로 늘리는 새로운 안을 각 기획사에 제시했다. 3년 중 절반은 '믹스나인' 우승팀 활동에 집중하게 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소속사 플랜에 맞춰 활동하게 한다는 안이었다. 이에 일부 기획사는 "계약기간이 너무 길다"며 난색을 표했고 '믹스나인' 우승팀의 데뷔 준비는 시작도 하기 전에 주춤거렸다.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데뷔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팬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자신의 SNS에 "상생. 꼭 이뤄내야죠. 노력하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YG와 각 기획사는 몇 차례 만나 논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고 결국 '믹스나인' 우승팀의 데뷔는 무산됐다.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전면에 나선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으며 떠들썩하게 출발한 '믹스나인'은 용두사미로 끝난 모양새다.

우승팀에 속한 한 멤버의 측근은 "3년 계약을 맺고 1년에 4개월은 YG에서 '믹스나인' 우승팀 활동을, 8개월은 각 회사로 돌아가 개별 활동을 펼치는 조건도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 기획사 두 곳에서 '계약기간이 너무 길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어 "어느 정도 팬덤이 형성되긴 했지만, '믹스나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워낙 이슈가 안 되지 않았나. YG는 4개월 활동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기획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며 "'믹스나인'을 만든 장본인인 YG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승팀에 속한 또 다른 멤버의 측근은 "방송 이후 조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YG 측의 움직임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데뷔가 무산되면서 우승팀에 속한 9명은 수개월간 허송세월을 보낸 꼴이 됐다. 우승을 차지한 참가자들과 기획사가 이득이 아닌 손해를 본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져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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