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드루킹 재판서 증거 제출 못한 이유가 '경찰' 탓?

드루킹 측 "혐의 인정…매크로, 클릭 귀찮아서 사용했을 뿐"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모씨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른바 '드루킹' 김모씨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에 게시된 기사의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며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내놓지 못해 논란을 더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씨 변호인인 오정국 변호사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김씨와 공범인 우모씨, 양모씨 등 3명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보통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법리적으로 다투지 않는 사건은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조사하고 구형까지 진행된다.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다음 재판을 한 달 뒤에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압수물 대부분을 경찰이 분석 중"이라며 "(증거가 될 압수물이) 송치가 안되서 증거 제출이 불가능하다"고 책임을 경찰에 돌렸다.


증거를 토대로 범죄 사실을 확인해 기소하는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못했다고 검찰이 자백한 셈이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가 분석이 안됐다고요? 그런 상태에서 기소를 하셨단 말입니까"라며 검찰을 꾸짖었다.

검찰이 "구속 기간이 짧아서"라며 변명하자, 재판부는 "납득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또 압수물 분석이 필요하다며 다음 재판을 한 달 뒤 열어 달라고 요청하자, 재판부는 "신속한 증거 준비를 촉구한다. 자백 사건에서 증거분석을 이유로 (증거제출이) 늦어지는 것은 재판부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오는 16일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검찰의 재판 준비 부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이다.

재판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이 가능하냐"고 물었고, 검찰은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공소장 변경이 예정돼 있다"고 말을 받았다.

재판부가 "원래 한번 (공감 또는 비공감을) 누른 댓글에 중복해서 클릭할 수 없는데, 매크로를 이용하면 같은 댓글에 자동으로 여러번 클릭할 수 있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검찰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수사 중"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에 오 변호사는 "손으로 클릭하는 것처럼 매크로도 한 번만 공감 클릭을 한다"고 운을 뗐다.

재판부가 "매크로를 이용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오 변호사는 "손으로 클릭하는 게 귀찮아서 매크로를 돌린 것 뿐이다. 네이버에 업무상 영향을 많이 주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 등은 지난 1월 17일 오후 10시쯤부터 다음날 오전 2시 45분쯤까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 구성에 관한 기사에서 비난 댓글의 '공감' 추천 수가 늘어나도록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9년부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를 운영하며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해왔다.

김씨 등은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받은 포털사이트 아이디 614개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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