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비밀 핵개발"…평가 엇갈리는 국제사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깨고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주장에 크게 호응하면서 이란 핵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국방부에서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2003년까지 '아마드 프로젝트'라는 비밀 핵무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이란이 이 프로그램을 폐기한 후에도 자신들이 원할 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이 자료들을 테헤란의 비밀 장소에 보관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의 내용이 담긴 5만5천 페이지의 문서와 CD(콤팩트디스크) 183장을 몇 주전 테헤란에서 입수했다며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을 공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정한 자료를 가리키며 이란이 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핵탄두 5개를 생산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고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같은 자료를 근거로 "거짓말을 한 이란을 믿을 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이 2003년 끝난 핵무기 프로젝트를 현재까지 몰래 계속한 정황이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도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핵 합의 준수 의사를 믿을 수 없으니 이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란 핵 합의는 지난 2015년 7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일부 풀어주는 협정으로,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과 독일이 참여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적으로 호응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 말이 100% 옳았다는 게 진실로 입증됐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란은 당연히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며 반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도저히 거짓말을 멈출 수 없는 양치기 소년이 또 같은 짓을 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했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정권 총리라는 사람이 서툴고 부끄러운 짓을 또 반복했다"면서 "그 정권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에 위협적으로 보이려고 뻔한 허풍을 동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핵 합의와 관련된 이해당사자 대부분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미 알려진 이란의 15년 전 핵 개발 계획의 자료를 제시했을 뿐이고 그 계획이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란 핵협상에 참여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 안보 고위대표는 "이란이 핵합의를 지키는지 검증하는 주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아니라 IAEA"라면서 "나타냐후 총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두고 순진했던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고 밝혔고 프랑스는 "이스라엘이 제시한 근거들로 인해 이란 핵합의의 타당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란과의 핵합의가 모든 당사국에 의해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여전히 개발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이란이 과거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비밀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미국 전임 행정부가 제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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