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4·27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이 급속하게 이뤄지는 과정에 문정인 특보가 돌출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꺼내든 것이 자칫 더 현 정부의 대외 정책에 큰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다급함도 엿보인다.
문정인 특보는 전날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이라는 기고를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언급 직후 문정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간 청와대는 한국은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 한미, 북미 관계에 대한 입장을 가감없이 밝혀온 문 특보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학자 개인의 입장"이라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지난 해 6월 문 특보가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하자 청와대는 첫 번째 경고 메시지를 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별도로 청와대에서 책임질 만한 분이 문 특보에게 연락해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중하게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주한미군 관련 문 특보의 입장을 반박한 것은 두 번째 경고인 셈이다.
문 특보는 올해 1월 29일에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강의에서 "북한이 올림픽을 체제 선전에 쓴다는 의도가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둬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미가 합동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올해 1월10일 미 CNN 인터뷰), "김정은은 강단있는 지도자다. 핵 무장력을 완성한 점은 하나의 강점"(1월4일 국내매체 인터뷰), "한미 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지난해 9월 국회 안보관련 토론회) 등 파장이 적잖은 주장도 줄곧 내놨다.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까지 나서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 문제",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진화에 나선 것은 학자 개인의 의견이라는 견해를 넘어 민감한 시점에 불필요한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앞두고,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한 적도 있는 만큼, 문 특보의 최근 발언이 향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