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과 지난 달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 이어 이번에는 왕이 부장이 방북한다는 소식은 지난해 중국의 대북제재로 파탄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북중 관계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이지만 중국의 표정에서 웃음기를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왕이 부장의 방북은 여러 면에서 기존의 북중 관계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중관계는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라는 ‘당대당’ 교류를 중시하는 전통 때문에 주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역할이 중시돼 왔다. 김 위원장 방북이 전격 성사된 이후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것은 이같은 전통을 반영한 장면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직후 시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은 후진타오 정권 때인 2007년 7월 양제츠 당시 외교부장 이후 11년 만에 이뤄질 정도로 드문 일이다. 단순한 친선의 의미를 넘어서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남북 화해분위기가 급진전 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에 전전긍긍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 방중으로 이런 우려가 사라지는가 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 마자 루캉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중국은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하면서 또다시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의 고뇌가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왕이 부장이 이번 방북에서 중국이 포함된 4자 회담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반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왕이 부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나온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라는 문구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6.25 당시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로서 종전 체제에도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는 논리로 북한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일정도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당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초청했고, 시 주석이 응한 만큼 시 주석의 방북은 확실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이 방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측 입장에서 가급적 북미 회담 이전에 북중 회담을 성사시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