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가 특유의 독설로 '막말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남북정상회담 직후 판문점 선언을 '위장평화쇼'로 깎아내리며, 여론과 동떨어진 비난 일변도로 나가면서 부담감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선거 경험이 많은 한 중진의원은 사석에서 "후보들이 홍 대표가 오는 것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털어놨다.
경남지사 후보인 김태호 전 지사의 경우가 단적인 사례다. 당 로고와 당명이 표기돼 있지 않은 점퍼를 입고 선거현장을 누비고 있다. 옷 색깔만 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 색이다. 당 관계자는 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홍 대표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경남에서 후보의 지지도가 당 지지율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인지도가 낮다면 중앙당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가 정치적 터전으로 삼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대구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 의원은 "대구는 중앙당의 도움과 상관없이 우리 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홍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역 내 홍 대표의 '신중한 언행'을 주문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나마 텃밭인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지역을 벗어나면 홍 대표를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는 더욱 거세진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충청지역 후보자들 사이에서 홍 대표의 선거유세가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홍 대표의 지역 방문이 내키지 않지만, 굳이 오겠다고 하면 거절하기도 힘들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말부터 시작해서 남북회담 평가 발언 등이 국민 여론과 따로 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홍 대표가 여론을 잘못 읽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7일 조사한 결과, '북한의 의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64.7%로, '믿지 않는다'(28.3%)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급기야 김 후보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등은 남북회담 평가를 놓고 홍 대표와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의 '위장 평화쇼' 발언에 대해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의 경우 당 지도부의 남북대화 비판론을 겨냥해 "국민의 목소리로 말하라"며 사실상 홍 대표를 겨냥했다. 홍 대표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응하는 등 후보들과 갈등 기류가 생겨나는 모양새다.
상황이 험악해질 조짐을 보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통화에서 "지방선거 후보들과 당 대표의 만남을 요청하겠다"며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홍 대표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부산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반발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도 그걸(남북회담 결과를) 부화뇌동해야 그 표가 우리한테 온다고 생각하느냐. 남북회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당이 우리밖에 더 있느냐"고 되물었다.
위장된 평화전략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면서, 정상회담을 긍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선거전략이 아니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홍 대표 간 내분 양상이 점차 불거지자, 이 같은 갈등이 선거 직후 책임론을 염두에 둔 차기 당권싸움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때 당내 중진 의원들이 홍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리더십을 문제 삼았던 것처럼 후보자들 역시 선거 이후 국면을 미리 준비해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진의원은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홍준표 체제는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선거 전까지는 폭풍전야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