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직원이 대답을 못했다는 이유로 물을 뿌리는 갑질 의혹 사건으로 경찰 포토라인에 선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는 "심려 끼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1일 오전 9시 57분쯤,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한 조 전 전무는 좁디좁은 경찰서 입구에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옷차림과 한 손엔 조그마한 손가방을 들고 있던 조 전 전무는 차량에서 내릴 때 부터 고개를 숙인 채 200여 명의 취재진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차량 뒤편으로 돌아 포토라인에 서는 동안 머리를 잠시 정돈했을 뿐이었다.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밀친 것은 갑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땅만 바라본 채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조 전 전무는 본인의 일탈로 총수 일가의 갑질과 비리에 대한 폭로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피했다.
조 전 전무는 '이명희 씨의 갑질 행각을 알고 있었는가'.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사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그저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답 중간중간마다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조 전 전무의 답은 한결같았다.
피해자로 지목된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 계획에 대해서도 그저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이날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소환된 조 전 전무는 앞서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 광고대행업체의 직원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 한다는 이유로 고함을 지르며 얼굴에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내사에 들어가 '조 전 전무가 회의 참석자들을 향해 음료를 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나흘 뒤 조 전 전무를 피의자로 입건, 출국정지시키며 수사에 들어갔다.
이날 조 전 전무를 상대로 경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는지' 집중 추궁해 특수폭행 적용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