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달' 5월은 가족끼리 자리할 기회가 많다. 이런 가족모임 때 빠지지 않는 게 술이다. 이 중에서도 어버이날 즈음에 가족끼리 모여 부모님께 반주를 올리는 모습은 우리의 가족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어르신께 술을 드리는 게 옳은 일인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해로운 음주의 부작용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국내 70세 이상 노인이 한 자리에서 소주 2병 이상의 술을 과음하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간암 발생위험이 2.6배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가톨릭 관동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욱 교수팀은 국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빅데이터에 등록된 51만4천795명을 대상으로 10여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이런 상관관계가 관찰됐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 최근호에 발표됐다.
간암은 우리나라 모든 암을 통틀어 사망률 2위로, 매년 1만5천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한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고 예후도 나쁘기 때문에 암으로 악화하는 걸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연구결과를 보면 간경변, 바이러스 간염(B형·C형)을 앓고 있는 사람이 10년 내 간암에 걸릴 확률은 각각 26%, 10%로 일반인에 견줘 그 위험이 각각 42배, 20배나 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4.3배 더 간암 발생위험이 컸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보다 간암 발생위험이 1.8배에 달했다.
생활습관 중에서는 역시 알코올이 간암 발생위험을 가장 크게 높이는 요인이었다.
음주량에 따라서는 하루 80g 이상(18도 소주 기준으로 1.5병)이면 1.8배, 40∼79g(소주 5잔∼1.5병 미만)이면 1.4배 더 간암 발생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폭음은 70세 이상 노인에게 더 치명적이었는데, 이 경우 간암 위험도는 하루 소주 5잔일 때 1.45배, 소주 1병일 때 1.6배. 소주 2병일 때 2.6배로 각각 치솟았다.
연구팀은 "만약 70세 이상 노인이 하루에 소주를 2∼3잔씩, 일주일 평균 2.5병을 마신다면 간암 위험이 1.3배에 그치지만, 이 중 하루라도 폭음을 하면서 총 2.5병을 마신다면 간암 위험은 3배 이상으로 급증한다"고 경고했다.
나이도 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C형 간염의 경우 50세 미만에서는 10배 정도 간암 위험을 높였지만, 70세 이상에서는 그 위험도가 80배에 달했다.
이상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루에 소주 3잔 이내의 가벼운 음주도 결국 노년기에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빅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인에게 치명적인 간암을 예방하려면 비위생적인 의료시술과 문신. 피어싱 등을 피하면서 노년기 이후 음주를 삼가는 등의 건강한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