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들 '성폭력'으로 얼룩진 독립영화계

이현주 감독부터 조훈현 감독까지…"사회적 약자 다룬 영화와 정반대 삶"

이현주 감독의 영호 '연애담'과 조훈현 감독의 영화 '꿈의 제인'.
독립영화계가 성추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 주목받았던 신예 감독들이 연이어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영화 '꿈의 제인'의 조훈현 감독은 최근 5년 전 여성 A 씨를 술자리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씨네 21의 보도에 따르면 조훈현 감독은 지난 2013년 인디포럼 폐막 뒤풀이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여성 A 씨를 성추행했다. 이후 동석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전해듣고 A 씨에게 사과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은 A 씨는 조 감독이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사과하는 것에 황당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결국 조훈현 감독은 27일 자신의 SNS에 자숙의 뜻을 담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셨을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2013년 인디포럼의 폐막 뒤풀이 자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을 잃었고, 그 자리에서 내가 피해자 분께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다른 지인으로부터 듣고 알게 됐다"고 사건 경과를 설명했다.

이어 "다음 날 연락드리고 사과의 마음을 전달하려 했고 이후 올해 다시 사과를 드리려 했지만, 그것 역시 피해자분께 부담과 고통이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돌이켜보니 내가 사려 깊지 못했었다.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일체의 공식 활동과 작업을 중단하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이야기했다.

2016년 시상식을 휩쓸었던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감독은 2015년 자신과 함께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다니던 여성 B 감독이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B 감독은 이 과정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이현주 감독은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의 진상 조사로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음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카데미 교수들은 피해자인 B 감독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고, 이현주 감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에 관여했다. 심지어 학교 차원에서 사태를 파악한 후에도 '연애담' 홍보를 계속해 피해자인 B 감독에게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이현주 감독은 현재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들이 만들어 낸 영화들은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소수자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영화에 그런 메시지를 담아내는 이들이 어떻게 저런 앞뒤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들 영화를 보며 함께 공감했던 관객들은 또 심경이 어떻겠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감독들이 인격적으로 어떻든 영화만 잘 만들면 됐지만 이제 '미투' 운동을 거치고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영화로 아무리 좋은 메시지와 이야기를 담아내도, 실제 감독의 삶이 잘못됐다면 더 이상 눈감아 주지 않는다. 결국 그런 감독들은 업계에서 계속 일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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