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완전한 비핵화' 목표 명기, 큰 의미 있는 성과
- 북한의 위장 평화쇼? 현실은 그렇지 않다
- 드루킹 악재, 6월 지방선거 큰 영향 없을 듯
■ 방송 : CBS 라디오 <굿모닝뉴스 박재홍입니다> FM 98.1 (06:05~07: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CBS 보도국 안성용 정치부장
◆ 안성용 : 일단 국민 여러분들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관련 중계방송 시청률이 상당히 높게 나왔고요. 평양냉면집이 평상시 보다 몇 배 더 붐비는 등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시간이었습니다.
제 얘기보다는 저희 목사님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교회 목사님이 평소 설교를 하실 때 시국 문제나 정치 정세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안 하시는 데 어제 주일 예배에서는 좀 다르셨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그간의 남북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우리 국민들의 정상화담에 대한 평가가 담겨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고..." 이 성경 문구를 어제 많은 교회나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도 인용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박재홍 : 안성용 정치부장이 주목해서 보신 장면이 있지 않을까요?
◆ 안성용 : 사실 남북정상회담이 두 차례 있었기 때문에 남북 정상의 만남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만큼 감동을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정상이 분단과 대결, 증오의 상징이던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 하고, 김 위원장이 분계선을 넘어 오고, 다시 문 대통령과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넘어오는 일련의 과정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전 과정이 정치색이 짙은 이벤트였지만 특히 두 정상의 친교의 시간은 배석자 없는 상태의 공개밀담이었다고나 할까요? 두고두고 회자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 보도국 데스크 회의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탄 벤츠 차량의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그래서 북한 측 경호원들이 꽤 힘들었을 것이라는 농담도 나왔습니다.
◇ 박재홍 : 남북정상회담의 열매라 볼 수 있는 판문점 선언, 중요한 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주시면요?
◆ 안성용 : 뭐가 중요하고 뭐는 덜 중요하다고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구 하나 하나에 남북관계의 역사가 다 담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비핵화 문구가 선명하게 담긴 부분을 꼽고 싶습니다. '비핵화'가 담길지, 어느 수준으로 담길지가 최대의 관전 포인트였는데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명시 됐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결과 설명 자료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실현을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긍정적 여건 조성에 기여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추진한다는 부분도 커다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 박재홍 : 올 해 안에 종전 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사실 꿈에나 그리던 게 실제 일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안성용 :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난데 이어 앞으로 3-4주안에 열리게 될 북미정상회담도 잘 끝나고, 이후 이어지는 후속 정상회담들이 성공한다면 올 하반기에 종전 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남북, 북미 관계 발전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설마 그렇게 되겠느냐'며 아는 척 했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입니다.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한다고 했기 때문에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7월 27일, 그리고 남북 모두에 의미가 있는 광복절인 8월 15일, 2007년 남북정상선언이 발표됐던 10월 4일에 종전선언이 얹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11월에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따른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려면 11월초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 박재홍 : 그런데, 한편에서는 '비핵화' 언급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 남북공동선언에서 우리가 구체적으로 얻은 것 없이 주기만 했다는 비판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봐야할까요?
◆ 안성용 : 지난 시간에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북한 핵은 남북 간에 풀릴 문제가 아니고 북미 간에, 더 나아가서는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함께 풀어야할 문젭니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 만해도 상당한 성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의미들을 폄하하려고 하는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게 다 맘에 안 들고, 모든 게 다 북한의 위장평화 쇼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일례로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북의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했을 때 망가져서 못쓰게 된 갱도들을 갖고 2007년 영변원자로 냉각탑 폭파 때처럼 쇼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어제 뒤늦게 밝힌 바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일부에서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을 남한 언론에도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남북관계에서 보수언론의 비판이 전혀 맞지 않고 설득력도 없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 예.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있다는 것은 새로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진정성을 인정해야할 것 같고요. 지금까지 국제사회 분위기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쪽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도 매우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죠?
◆ 안성용 : 말씀하신대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가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뒤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북한과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진 한국에 축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적 목표로 내세운 것에 고무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그제 밤에는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긴 통화에서 앞으로 3-4주안에 북미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이 자리에서 어떻게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려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 박재홍 :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에 심사가 편치 않은 곳이 있는데 바로 홍준표 대표의 한국당인 것 같군요?
◆ 안성용 : 홍준표 대표는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 "여덟 번을 속고도 아홉 번째는 참말이라 믿고 과연 정상회담을 한 것이냐" 이렇게 제대로 된 회담이 아니었다고 평가 절하했고, 다른 한국당 의원들의 공개된 메시지도 거의 이런 식입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상회담 만찬행사때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만 부르고 보수 야당 인사들을 쏙 빼놓은 데 대한 서운함도 드려냈는데요. "양심 불량도 이런 양심 불량이 없다. 북한은 여전히 북한이고 우리 국민들만 들떠있다"며 "냉정하고 침착하게 현실 직시해야 한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 박재홍 : 정부의 국회비준 요구를 양심불량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뭔가요? 한국당 인사는 초대 안했다?
◆ 안성용 : 아무래도 한국당 의원들을 정상회담 만찬행사에 초대하지 않은 부분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제대로 될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의 상대방에 대해 적개심을 품고 있고, 그 감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인사들을 초청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잘 성공시켜서 북미정상회담까지 성공시키겠다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 하나라도 벌어지는 것을 무척 경계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박재홍 : 그리고 이제 국회비준이 남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5당 당대표를 초청해서 '판문점선언' 설명하는 일정도 있죠?
◆ 안성용 : 그렇습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충분히 설명하고, 판문점선언문을 비준할 당위성·필요성이 확고해지고 법적으로도 정당성이 확보되면 야당 대표들하고 이야기 나눌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통해 야당에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내달 북·미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일정이 예정된 만큼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은 그 뒤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박재홍 :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국면으로 접어들 텐데, 다른 야당들도 비판하는 한국당의 이런 모습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요?
◆ 안성용 : 그렇습니다. 지난주, 지지난주 며칠 동안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정국 주도권이 야당에 넘어오는 듯했지만 김경수 의원의 직접 연루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데다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나면서 다시 정국 주도권이 여권, 좁혀서 말하면 청와대에 넘어오게 됐습니다. 남북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고,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밀담을 나누고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제시했는데 한국당은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인데 이는 국민여론과 맞지 않습니다. 여론과 멀어지는 보수 야당에 표가 모일지는 의문입니다.
◇ 박재홍 : 드루킹 악재는 6월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 안성용 : 네, 오늘 김경수 의원의 전 보좌관이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오늘 경찰에 소환되고, 국민들 시선이 정상회담에 집중되는 사이에 경찰의 수사도 일정하게 진척이 됐을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댓글 사건에 여권 인사가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여당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지방선거 운동장이 균형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 악재에도 불구하고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 박재홍 : <안성용의 정치기상도 시간> 안성용 정치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