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경, 온몸 불사른 코믹 연기로 '와이키키'를 빛내다

[노컷 인터뷰]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준기 역 이이경 ①

지난 17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이준기 역을 맡은 배우 이이경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작 '고백부부'의 고독재도 범상치는 않았다. 당장 샴푸 모델을 해도 될 것 같은 긴 생머리를 휘날려 많은 오해(?)를 만드는 대학생, 부인과 여자친구를 따로 둔 철딱서니 없는 성인 두 가지 역을 자연스레 오갔던 게 불과 지난해 말이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는 한술 더 떴다. 이이경이 맡은 이준기는 '믿고 보는 배우'를 꿈꾸지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생계형 단역배우였다.

수영선수 배역을 따내기 위해 전신 왁싱을 하는가 하면, 별풍선 대박을 목표로 먹방 DJ가 된 후에는 기상천외한 '뼈 먹방'을 선보였고, 촌스러운 문어맨 복장을 하고 여자친구의 취재를 돕는 등 온갖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고생은 시청자들의 '웃음 유발 포인트'가 됐다.

6인 6색 청춘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전반적으로 밝고 유쾌한 드라마였지만, 그중에서도 이준기 역을 맡은 이이경은 온몸을 불사른 코믹 연기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 타임 기자들에게 들은 "인터뷰 잘 하신다면서요?"라는 말을 전하자 "아이~"하고 수줍어하는, 배우 이이경을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끝나서 아쉽기도, 시원하기도 한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준기 역을 100% 소화한 그이지만, 원래 오디션을 볼 때 받은 대본은 동구(김정현 분) 역이었다. 그런데 평소 드라마를 자주 봐 왔던 연출자의 아내가 이이경을 추천했다. 다행히 이는 현명한 선택이 됐다. 작품에 합류하고 나서 이이경은 "너는 그냥 문 열고 들어올 때부터 준기로 보였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이경은 '와이키키'를 찍으면서 감독에게 기댄 부분이 많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와이키키' 자체가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는 내용을 꼭 인터뷰에 담아 달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그는 "감독님이 B팀 두는 걸 안 좋아하실 정도로 본인이 다 하시는 편이다. 배우들 연기가 안 된다 싶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기다려주시기도 하고. 편집도 다 하시고, 현장 분위기도 밝게 해 주셨다. 모든 좋은 분위기가 감독님의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고 전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원래 16부작으로 편성돼 있었으나, 후속작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서 4부 더 늘어났다. 이이경은 드라마 연장을 이번 작품에서 처음 경험해 봤다. 워낙 분량도 많고 비중이 커서 연장 이후로는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이이경은 "이런 캐릭터를 처음 맡아봤고, 반응도 좋아서 끝나고 나니까 (이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아쉽기도 제일 아쉽지만 제일 속은 시원하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이경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예능 '이불 밖은 위험해'가 방송 중이었고, 5월부터 방송 예정인 MBC '검법남녀'에 바로 합류해야 했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난 25일 첫 방송된 KBS2 '슈츠'에서는 망나니 재벌 2세로 특별출연까지 했다. 가히 '대세'다운 행보지만, 몸은 축났을 터.


이이경은 "지금까지 느낀 건, 쓰러질 것 같아도 쓰러진 적 없고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는다는 거다. '와이키키'를 하면서는 에너지를 더 받았던 것 같다. 그런(몸이 힘든) 작품일수록 끝나고 나면 흐뭇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 '와이키키'의 시즌2, 이이경의 생각은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다소 무모해 보이고 답 없어 보이지만 열정과 순수함이 매력적이었던 20대 청춘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씨제스프로덕션, 드라마하우스 제공)
'와이키키'의 주인공은 모두 20대 청춘들이었다. 또래 배우들이 가득한 현장은 확실히 더 활기를 띠었다. 이이경은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저한텐 오히려 행운이었던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특히 남자 3인방에 대해 애정이 남달랐다. 같이 연기한 소감을 말해 달라고 하자 줄줄이 칭찬이 이어졌다.

"승원이라는 친구한테 제일 많이 의지했어요. 승원이 잡고 대사도 많이 연습했고요. 특수분장할 때 2회차 안에 울버린 씬을 무조건 다 찍어야 했거든요. 첫째 날에는 화장실 안 가고 12시간 참았어요. 손톱 (분장) 때문에 핸드폰도 못 봤고요. 둘째 날에는 못 참겠다 싶어서 화장실 한 번만 가 주면 안 되겠냐고 했고 승원이가 바지를 내려줬어요. (웃음) 승원이랑은 집도 뛰면 15초 거리더라고요. 중간에 편의점이 있는데 (작품 하기 전에는)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이것도 인연이더라고요.

저는 대본에 사실 의지를 많이 해요. 슛 갈 때까지 대본을 잡고 머릿속에 넣어놓고 (촬영 시작하면) 대본 내려놓고 연기하는데 정현이는 현장에 대본 가져온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 준비해 놓고 하더라고요. 상대방 대사를 다 외울 정도고, 어떤 애드립을 해도 한 번도 머뭇거렸던 적이 없어요. 다 받아주는 친구였어요. 배우로서 정말 대단하다고 봐요."

손승원, 김정현은 리액션, 애드립도 무척 잘 해 줬다고. 이이경은 "남자 셋이 나올 때 편하고 좋았던 게 다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컷을 잘 안 외치시는데, 그때마다 배우들이 채워야 했다. 그러다 보니 애드립 잔치가 됐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은 것도 있었지만, 워낙 장면이 웃겨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때도 있단다. 극중 연인이었던 서진(고원희 분)과 '사랑과 영혼' 장면을 찍을 때였다.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하루만 면도를 안 해도 코 밑과 턱에 수염이 자라나는 서진의 설정이 극대화된 장면이었다.

털이 난 쪽을 밀면서 '사랑해'를 연발하는 것은 놀랍게도 애드립이었다. 이이경은 "원희한테도 '야,이 장면은 진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중 준기의 연인 서진은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하루라도 면도를 하지 않으면 수염이 나는 특이체질이었다. 흡사 '사랑과 영혼'을 연상케 하는 이 면도 장면에서 이이경이 한 '사랑해' 대사는 애드립이었다. (사진=씨제스프로덕션, 드라마하우스 제공)
'와이키키'의 최고 시청률은 2.242%(8회)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믿고 웃는' 재미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드라마 본편보다 댓글을 더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는 이이경은 '준기 때문에 행복하다', '월요병을 극복했다' 등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가장 기분 좋았던 댓글은 '준기는 이이경 말고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거였다.

마니아층을 형성한 만큼 나름의 수확을 한 '와이키키'의 시즌2는 가능할까. 이이경은 "저희끼리 장난처럼 말하긴 하지만 저희가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지금 제작진이) 제작해 주신다면 너무 감사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시즌2에 대한 생각을 묻자 "너무 긍정적이다. 시즌2라는 건 어떤 좋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말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준기라는 인물만 놓고 보면 이걸 뛰어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다면 열심히 하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 시원하고 후련한 맛이 있는 '코믹 연기'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드라마 전반에 B급 유머가 가득한 유쾌한 드라마였다. 모두가 각자 다른 개성으로 웃음을 유발했지만 '코믹 연기'의 중심에는 역시 이이경이 있었다. '와이키키'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냐는 질문에 "제가 코미디라는 장르로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라고 말할 만큼, 이이경은 최상을 보여줬다.

그래도 혹여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게 그립긴 했지만, 현장에서 몸도 쓰고 소리도 지르고 웃는 게 후련했다. 시원하게 코 푼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이경은 '와이키키'를 하며 푹 빠져 있던 코믹 연기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그는 "아무래도 호흡이 빠르고 컷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한 화면만 쭉 나오는 게 지루할 수 있어서 리액션도 중요하다. 평상시 정극이랑은 좀 다르다.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배우 이이경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그를 짓누른 건 엄청난 양의 대사였다. 두 페이지 반 정도 되는 대사를 혼자 해내는 게 일상이었다. 단지 대사를 외운다는 느낌이 아니라 '맛있게 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이이경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 정공법을 택했다. 두식 역을 맡았던 손승원과 현장에서 합을 맞추며 연습을 해 나갔다.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한 숱한 대사와 애드립 가운데 이이경은 극중 차에 '레베카'라는 이름을 붙여 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정말 식구처럼 의인화하고 싶었다고. 대본에 정말 '레베카'라는 이름이 나오고, 야외 촬영 당시 지나가던 시민들이 차를 보고 "어, 레베카다!"라고 하는 걸 보고 이이경은 식구를 만들었단 생각에 뿌듯했다고.

이이경은 전작 '고백부부'에서도 가장 코믹한 캐릭터로 꼽힐 고독재 역을 맡았다. 절친을 어떻게 곯릴지 궁리하는, 나사 하나 빠진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달아 가벼운 역할을 맡아 이미지가 고정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드라마 촬영)할 때는 사실 정신없고 이 씬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것만 생각했어요. 끝날 때쯤 되니까 다음 스탠스를 잘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은 (제가) 다음 드라마 나와도 웃을 준비를 하고 보실 수 있으니까, 이걸 염두에 둬야겠죠. 다음 작품이 없었더라면 준기를 계속 끌어안고 있었을 것 같아요. '와이키키' 끝나고 바로 '검법남녀' 촬영 들어갔는데, 그 질문의 고민이 지금부터인 것 같아요. (새 배역에서) 준기가 보이지 않아야 할 텐데… 혹여나 보이더라도 준기가 다른 인물이 돼 형사 연기한다는 느낌으로 가진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노컷 인터뷰 ② 이이경 "지금처럼 열심히 살면 더 좋은 날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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