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비핵화 추가 논의에 속도 붙는다

'스트롱맨' 트럼프·아베·푸틴·시진핑, 한반도 운전자론에 탑승 경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취재단)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확인되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비핵화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앞당겨 남북 정상회담 성과물을 이어가려 하고, 일본과 러시아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 매진하는 등 속도전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트럼프 "북미 회담 3~4주 내에 가능" 발빠른 속도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판문점에서 환송한 시각은 27일 밤 9시28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은 28일 밤 9시15분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3번째인 이날 한미 정상 통화는 가장 긴 75분이나 소요됐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단독 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도가 높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 전화를 언제라도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말한 것도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유세집회에서 "북한과의 회동이 오는 3∼4주 이내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6월 초까지 예상됐던 북미 정상회담을 5월 중하순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셈이다.

(사진=유투브 캡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단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주요 정상들의 공통된 평가가 아니겠냐"며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내로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도 하나의 팩트"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발표시기가 이르면 이번주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속도전을 인정했다.


◇ 아베 "문 대통령께 도움 요청하겠다"…푸틴 "어려운 일을 해냈다"

한반도 비핵화 속도전에 다소 소외돼 '재팬 패싱' 논란을 빚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29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판문점 선언에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포함된 것을 의식한 듯 "북한의 움직임은 전향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도 북한과 대화할 의사를 갖고 있다. 과거사 청산에 기반한 북일 국교정상화를 바라고 있다'고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고, 아베 총리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도 북한과 대화 자리를 마련할 것이고 필요하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다"며 "또 서훈 국정원장을 곧바로 일본에 파견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해준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훈 원장 파견은 지난 24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강력히 요청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갖고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추진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의 철도, 가스, 전력 등이 한반도를 거쳐 시베리아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앞으로 한반도에 확고한 평화를 구축하는 데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라는 아주 복잡한 상황에서 이뤄내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문 대통령을 추어올리기도 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조만간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 정상회담 때문에 한중 정상간 통화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조만간 통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주창한 '한반도 운전자론'이 실현되면서, 한때 '스트롱맨'으로 불렸던 주변 정상들이 너도나도 문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번 기회에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취재단)
◇ 김정은 한반도 비핵화 재차 강조…풍계리 건재한 갱도 두 개 폐쇄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구체적으로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언급을 공개한 것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하겠다. 일부에서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미국 전문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해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20일 북한의 대내외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가 북부지역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북측 최고 지도자가 직접 이를 확인하면서 비핵화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 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될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 약속을 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 나설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핵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와 미국의 강력한 호응, 중국, 러시아, 일본의 적극적인 지지가 어우러지면서 5월 한반도 비핵화 시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