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44…'드루킹' 지고 '판문점' 뜬다

'한반도 비핵화' 담긴 판문점 선언 파급력 상당…향후 일정도 줄줄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취재단)
특별검사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한동안 정치권을 달궜던 이른바 '드루킹' 논란은 다소 잠잠해진 반면 '판문점 선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44일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까지 관련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7일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은 정국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던 비핵화와 관련해 남북 정상이 공동으로 발표한 판문점 선언 안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겼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대북정책에 있어 여당과 결이 비슷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한 목소리로 선언문 합의를 환영했음은 물론, 평소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마저 "남북정상회담 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를 추진해나가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남측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에 폐쇄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을 조만간 북한에 초청할 뜻을 밝힌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아울러 남과 북의 시간이 달라 "매우 가슴이 아팠다"며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게 설정돼 있던 평양 표준시를 다시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함과 동시에 남북이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의미를 부각시킨 것으로 향후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으로 읽힌다.


여기에 회담 후 문 대통령과 직접 전화 통화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시일과 장소가 정해지는 중"이라며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28일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타운쉽 행사에서 "북한과의 회동이 3~4주 후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당초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5월 이내로 특정한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여부가 선거 직전이 아닌 5월에 결정될 경우 상대적으로 여론에 영향력을 미칠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의 파급력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합의사항으로 결정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남북적십자회담 등의 일정이 하나씩 진행되면 여론의 관심 또한 이 이슈들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드루킹은 드루킹대로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가 규명돼야 하지만 사안의 규모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판문점 선언이 이슈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은 전 세계사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이자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두 사건은 같은 선상에 놓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을 제외하고 정상회담 만찬을 연 문재인 정부에 큰 실망감을 나타내며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점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회담의 성과는 성과고 드루킹은 드루킹이라며 민주당에 특검 수용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들이 나왔기 때문에 그 동안 논란이 됐던 정국의 여러 현안들을 다 삼켜버리는 것 같다"며 "이어질 정상회담의 분위기 속에서 지방선거 정국이 진행되겠지만 드루킹과 관련해서는 의혹이 있는 만큼 특검이 아니더라도 이를 털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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