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전국 주유소들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천549.64원이었으나 27일에는 1천554.15원으로 올랐다.
경유의 평균 판매가격도 15일 1천346.99원에서 27일에는 1천352.57원으로 상승했다.
국내 기름값의 상승은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 때문이다.
26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74센트 오르면서 74.7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다만 27일에는 74.64달러로 소폭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23일 68.64달러를 찍은 뒤 27일에는 68.10달러까지 내려갔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19일 3년 5개월 만에 70달러를 돌파한 뒤 줄곧 70달러 윗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이 같은 고공행진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인한 측면이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협상'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리아 사태, 예멘 사태 등이 잇따르면서 중동의 정정 불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의 회복으로 과잉 공급분이 소진된 데 이어 석유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할 경우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에산 코만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연구·전략책임자는 이란 제재가 다시 시행되면 하루 25만∼35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줄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 WTI는 75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선 미국이 이란 핵 합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내달 12일이 국제유가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실제 수급 상황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며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 대한 결정을 내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가격이 좀 내려가면서 안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