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누나' 후반 포인트, 미성숙했던 '윤탬버린' 진아의 성장

안판석 감독 "주인공은 윤진아, 성장 그릴 것"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윤진아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 (사진=JTBC 제공)
"드라마의 주인공은 한 명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윤진아고요. 윤진아의 성장기를 그리는 것이죠. 거기에 서준희가 딸려 들어오는 거고요. 서준희의 성장기는 타자로서 편린으로 보여주게 될 것 같습니다."
_ 4월 26일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기자간담회 中 안판석 감독

방송 6회 만에 수도권 시청률 7%를 돌파(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 4월 1~2주 연속 1위,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포 미'(Save The Last Dance For Me), '스탠드 바이 유어 맨'(Stand By Your Man) 등 OST 흥행… 2018년 봄 가장 설레는 드라마로 꼽히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현재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 4층 로즈마리홀에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9회 방송을 하루 앞둔 날 이루어진 행사였기에, 앞으로의 전개에 관한 질문이 자주 나왔다. 안판석 감독은 '예쁜 누나'의 후반부는 윤진아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윤진아는 커피회사 슈퍼바이저로 꼼꼼한 일 처리와 까다로운 점주들도 능숙하게 상대하는 업무 능력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는 30대 직장 여성이다. 하지만 '사적 영역' 안에서는 아직 덜 자란 모습을 자주 노출한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들먹이며 집안 좋은 남자와의 결혼을 종용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꼼짝 못 한다거나, 비밀 연애 중이었던 서준희(정해인 분)와의 외박 사실이 들켰을 때 아빠 앞에 무릎을 꿇는 게 대표적이다. 데이트폭력 가해자인 전 남친 이규민(오륭 분) 때문에 곤란해질 때 윤진아는 주로 서준희의 도움을 받는다.

이에 대해 안 감독은 연애를 이유로 무릎 꿇는 설정은 실제 인물에게서 가져왔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에 시작해 10월에 이미 대본 작업이 마무리됐는데, 아빠 앞에 무릎을 꿇고 엉엉 울음이 터져 나온 '희한한' 사연을 듣게 됐고 공감이 가 넣었다는 설명이었다. 안 감독 역시 "보통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전제를 달았다.

"1회부터 묘사되는 모습을 보면 윤진아는 각성된 자아가 아닙니다. 아직 미성숙하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옛날 어른들하고 비교하면 옛날 시절의 20대 중반인 것 같아요. 점점 인생도 길어지고 마음도 젊어져서 미성숙한 부분들이 있다고 보여요. 그러니까 어느 부분에선 성숙합니다. 직장생활에서 (갈등을) 스무스하게 넘기는 법, 점심시간에 식당 가서 메뉴 고르는 법 이런 것들엔 참 능숙한데 생의 어떤 부분에선 참 미숙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어떤 부분을 맞닥뜨릴 때는 자기도 모르게 황당한 행동과 말을 하게 되죠. 저는 그 순간(무릎 꿇는 것)을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윤진아라는 캐릭터가 어느 정도로 현재 성숙돼 있는지, 얼마만큼 어른이고 얼마만큼 어린이인지 단 한 순간의 울음으로 표현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연출한 안판석 감독 (사진=JTBC 제공)
극중 서준희가 윤진아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설정에 대한 지적을 두고는 "서준희가 윤진아를 구해주는 건 거의 없다"면서 "항상 윤진아의 고통의 순간에 서준희는 부재한다. 그저 나중에 위로해 줄 뿐"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윤진아는 서준희를 통해서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점점 각성해 나간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 서로 영향을 주고 변해간다. 마찬가지로 서준희도 변해 간다. 능청 떨고 좀 가벼워 보이는 서준희에서 진지한 서준희로"라고 부연했다.


이어, "뭐가 어떤 점에서 성장한 건지,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건 뭔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끝까지 지켜봐 달라. 누가 시원하게 평을 해 달라. 악평이라도 듣겠다"고 당부했다.

손예진 역시 "감독님도 말했듯 진아는 미성숙한 인물 같다. 부모님 밑에서 착한 딸로 살아오다 준희와 사귀면서 긍정적이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가장 열심히 탬버린을 쳐 '윤탬버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윤진아가 좀 더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극중 중요한 변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를 꼽아달라는 부탁에 손예진은 "직장 상사가 '너, 왜 이렇게 윤탬버린이 변했어'라고 할 때 '저는 그동안 소중한 존재인지 스스로 모르고 살았다. 어떤 사람이 나를 지켜주고 아껴주는 걸 보면서 나 자신을 잘 지켜가야겠다'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게 윤진아를 보여주는 대사 같다"고 답했다.

손예진은 그동안 찍었던 많은 멜로와 '예쁜 누나'의 다른 점으로 '현실성'을 들었다. 그는 "제 나이에 정말 맞는 캐릭터고, 직장생활을 하진 않지만 배우로서,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위치나 부모님과의 관계, 연애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제가 딱 느끼고 있는 게 대본에 나와 있다. 윤진아의 대사와 상황에 있어 많이 공감하며 찍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 4층 로즈마리홀에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안판석 감독, 배우 손예진, 정해인 (사진=JTBC 제공)
이어, "해인 씨랑 하는 연애 부분도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실제 연애를 훔쳐보는 것 같다고 얘기해주시는데 감독님의 연출 덕분인 것 같다"며 "애드립인지 대본에 나와 있는 연기인지 시청자들이 보면서 헷갈릴 정도의 리얼함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예진은 "저희 드라마는 그냥 리얼 그 자체의 연인들이 하는 대사, 날것 그대로의 현실감 있는 상황과 행동, 누구나 한 번쯤은 연애하면서 해 왔던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감독님은 배우들이 몸을 자유롭게 써서 공간을 활용하는 걸 좋아하셔서 다큐인지 드라마인지 모를 리얼함을 추구하셨다. 저 또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더 사랑이 진짜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마음껏 자유롭게 연기하고 있어서 하면서도 너무 재밌고 설렌다"고 전했다.

안 감독이 '예쁜 누나'의 주인공은 윤진아라고 재확인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손예진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는 평이 많다. 배우 손예진에게 '예쁜 누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그 질문이 왜 이렇게 뭉클한지 모르겠어요. 저한테 어떤 의미가 될 것 같냐는 얘기가. 요즘 너무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뭉클하고 아프고 그러거든요. 이제 15부 거의 다 찍어가고 있고 회차가 7번 남았어요. '아, 내가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요. 사실 감독님이 준희 그 자체이세요. 저는 사기 캐릭터라고 얘기하고요. 너무 많은 걸 가진 인격체인 것 같아요. 사실 작품을 할 때마다 하나의 목표를 갖고 일하지만 모두들 같은 마음일 순 없어요. 저는 두 준희(안판석 감독, 정해인)와 이런 작품을 같이 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창 많은 고민과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이런 작품을 만났고, 시청률이나 반응 다 떠나서 좋아요. 감독님이 이 작품과 우리 인생이 화양연화 같다고 하셨어요. 진아와 준희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고요. 저 역시 그 말 너무 절감해요. 원래 제가 작품 끝나면 생각보다 잘 빠져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모르겠어요. 걱정이 돼요. 그 정도로 몰입할 만큼, 아주 많이 소중한 작품 같아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각각 서준희, 윤진아 역을 맡아 연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 정해인, 손예진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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