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자매 어머니, 1억 5천 소송 피소… "인면수심"

직장 해고 및 명예훼손 이유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밝히는 것) 이후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이 새롭게 조명된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자매의 어머니 장연록 씨에게 1억 5천 상당의 민·형사 소송을 냈다.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최OO, 김OO, 장OO 씨는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법에 장연록 씨와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위원장 문계순 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장 씨와 문 씨가 자신들을 직장에서 해고되도록 했다며 '강요죄'를 주장했다. 3월 초순부터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 소식이 다수 보도됐고, 최모 씨와 김모 씨는 지난달 27일 보조출연업계에서 퇴출당했다.

또한 장모 씨는 보조출연업계를 떠나 타 직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성폭력 관련자로 오해돼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크게 겪고 있다며 소 청구 취지를 밝혔다.


장연록 씨는 2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소장을 받고 너무 놀랐다"며 "나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방송사) PD가 안 쓴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제 한마디가 그렇게 대단할 것 같으면 2013~2014년에 공문 보냈을 땐 왜 아무 변화가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하는데 강간범에게도 명예가 있나"라며 "인두겁이다. 인면수심이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라고 비판했다. 장 씨는 앞서 가해자 12명의 실명을 걸고 1인 시위를 하다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지만 지난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당시 법원은 이 사건을 두고 "국가 공권력의 총체적 실패"라고 규정하며 장 씨에게 사과했다.

문계순 씨는 같은 날 통화에서 "(소송을) 전혀 예상 못 했다. 제가 명예훼손을 했다는데 저는 12명 명단을 넘기지도 않았고, 2012년에도 (가해자들을) 퇴출해 달라고 했지만 눈도 깜빡 안 했다. 이번에는 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해서 방송사가 조처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장 씨와 문 씨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소송에 대응할 예정이다.

장연록 씨의 딸 A 씨는 지난 2004년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배우들을 관리하던 관계자 12명으로부터 지속해서 성폭력을 당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봐 2009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A 씨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한 동생 B 씨도 엿새 뒤 목숨을 끊었다.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은 청와대 청원에 올라 서명 인원 20만 명을 돌파하며 지난달 재조명된 바 있다. 장 씨는 두 딸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이 여전히 현장에 있다며 업계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재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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