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갑질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분노한 직원들의 소통공간이자 조씨 일가 갑질사태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직원 제보방'은 여전히 내부비리 고발과 폭로글로 넘쳐나고 있다.
조현민씨의 물벼락 갑질이 불거진 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이번 사안을 '철부지 재벌 3세들의 단순한 일탈'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용기를 낸 대한항공 직원들이 사주일가의 치부와 회사경영비리 의혹들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조양호.이명희 부부의 개인비리와 경영비리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폭로된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의 폭행·폭언 사실과 의혹들이 계속 확대됐고 사주 일가의 생활필수품과 명품 밀수 의혹, 기내면세품 부당내부거래 의혹, 부당노동행위를 통한 노조무력화 주장, 이를 통한 경영 전횡이 이슈화돼 사법당국의 조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진행중인 통행세 챙겨주기 의혹과 물품 밀수입 또는 관세포탈 의혹, 아들·딸들이 회사요직을 적게는 1~2개, 많게는 4~5개씩 갖도록 하고 이들의 갑질이 불거질 때마다 회사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힌 부분 역시 '폭넓게 보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집단소송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여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을 맡은 뒤 최대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조 회장은 이미 지난 22일 내놓은 사과문에서도 전문경영인 부회장직과 사주일가의 즉시 퇴출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경영상 문제' 즉 경영책임으로 해석될법한 이슈들이 추가로 불거져 나오는 바람에 자신의 경영권 사수를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만 봐도 기소를 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대한항공 경영진과 사주일가에 대한 여론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을 통해 대한항공이란 이름을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부도덕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거론한 상황이라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잇따른 갑질과 각종 비리의혹에 조양호 회장 일가가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